경제부총리가 무지하다고 뭇매 맞는 이유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7-29 13:00   수정 2022-04-27 09:55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공유지 비극'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개념이나 정확히 알고 한 소리냐" "36년 경제관료의 경력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경위는 이렇다. 홍 부총리는 어제(28일) 부동산 시장 관련 대국민 담화때 법적 "불법?편법 거래 및 시장교란행위가 부동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거래가 띄우기' 등 시장교란 행위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므로, 개인들은 '부화뇌동' 추격매수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경고였다.

발언이 나오자 격한 반응이 나왔다. 우선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규제와 세금위주 부동산 실책으로 집값을 급등시켜놓고 그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책을 바꿔 시장을 안정시킬 생각은 안하고 "집값 폭락이 예상된다" "불법행위 엄벌하겠다"며 국민들만 겁박했다는 것이다.당정청을 포함한 여권 전체를 겨냥한 화살이었다. 야당에서는 "역대급 망언"이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유승민 "이렇게 무지한가…말이 안나온다"
홍 부총리의 '공유지 비극' 발언도 도마위에 올랐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집값 대책을 논하면서 공유지 비극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부총리가 개념이나 알고 한 소리냐고 비판했다.

공유지의 비극은 미국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1968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초지· 삼림· 공기· 어자원· 지하자원같은 공유 자원은 시장 기능에 맡겨두면 자원이 낭비되고 고갈될 위험이 있다는 것. 그레고리 맨큐는 재산권 보장을 통해 권리와 의무를 분명히 하는 것이 공유지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출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지의 비극은 값을 치르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공유지를 개인들이 공짜라는 이유로 남용해 망치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얘기”라며 “개인에게 집사는 결정은 공유지 정도로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인들이 각자 이익과 권리만을 극대화하려고 할 경우 공동체 전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한 발언일지라도, 애초부터 공유지 비극 개념은 개인의 주택구입에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 협력하라는 홍 부총리 발언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빵' 발언,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를 능가하는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김현미 전 장관은 작년 11월 국정감사때 야당의 주택 공급 부족 질타에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하성 현 주중대사도 2018년 9월 강남집값을 언급하며 “모두가 강남에 살 이유가 없다. 제가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라고 발언해 공분을 샀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사진)도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 무지한지,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경제학 용어까지 잘못 인용해가며 ‘부동산 문제는 국민 여러분 책임도 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라며 “사유재산인 주택에 무슨 공유지의 비극이 있나”고 지적했다.
"죄수의 딜레마와 헛갈린거 아닐까"
통계청장 출신의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주택은 사유재산이지 공유지가 아니니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정책 실패를 국민께 돌리는 무모와 무식을 멈춰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 부총리가 '공유지 비극'이 아니라 '죄수의 딜레마'를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라고 말하기도 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는 미 랜드(RAND) 연구소의 메릴 플러드와 멜빈 드레셔가 공동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두 명의 죄수가 각자 취조를 받는 과정에서 자백과 묵비권 중에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할 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다보면 결국 협동이 최선의 선택임을 깨닫게 된다는 개념이다. 개인들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택 구매에 나서지만 결국은 어느 정도 협력하는 게 시장 전체를 안정시키고 개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얘기하려다 엉뚱한 '공유지 비극' 발언을 했다는 추측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유야 어쨌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36년 경력의 경제관료로서 믿기 힘든 실수를 했다는 반응이다.
고도의 정치적 발언 해석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발언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패배에도 불구 여권 강경파와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 강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홍 부총리가 '공유지 비극'같은 개념을 들이댄 것도 이같은 추세에 보조를 맞추다가 나온 무리수라는 얘기다.

민주당 강경파는 전월세 급등에도 불구, 임대차 3법 강행하겠다며 물러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법인의 택지소유를 회사, 기숙사, 공장용지 등으로 제한하고, 개인은 소유한도를 400평으로 묶는 내용으로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주택관리매입공사(가칭) 신설 △기업 등이 보유한 비필수 부동산에 대한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부과 △토지보유세 인상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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