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년 역사의 유엔아이는 국내 유일한 볼펜용 잉크 제조회사다. 독일 일본 등과 경쟁하는 세계 3대 볼펜 잉크 제조업체다. 260년 역사를 지닌 세계적 필기구 제조회사인 독일 파버카스텔과 프랑스 빅(BIC) 제품에 이 회사의 잉크가 들어간다. 이 회사 경쟁력의 비결 가운데 하나가 기업승계를 통한 오랜 ‘책임경영’이 꼽힌다. 중소기업 경영 여건상 승계에 따른 오너경영 체제가 매출 영업이익 기술경쟁력 등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에서다.
이 회사의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은 200억원 규모다. 1988년 민 사장이 승계할 당시 매출(20억원)보다 30여 년 만에 10배로 증가했다. 민홍기 대표는 “해외 유명 기업 대부분이 승계를 이어온 한국 장수기업과 거래하기를 원해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74년 역사의 한방유비스도 마찬가지 사례다. 국내 소방설비 설계·감리·방재연구분야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소방 엔지니어링업계 1위 기업이다.
창업주인 고(故) 최금성 회장은 1947년 국내 최초 소방기업인 ‘조선소방기재’를 설립했다. 창업주의 차남인 최진 현 한방유비스 회장은 1992년 회사 대표로 취임했고, 2017년엔 최진 회장의 차남인 최두찬 대표가 취임했다. 이 회사는 서울 삼성동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비롯해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등의 소방 설비 용역을 맡아 초고층빌딩 시장에서 강점을 보였다. 국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도 대부분 이 회사가 소방 설비 용역을 담당했다. 매출은 2016년 123억원에서 지난해 말 211억원으로 4년 만에 71.5% 급증했다.
최두찬 대표는 “소방기업은 단 한 번의 작은 실수만 나와도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웬만한 사명감과 전문성 없이는 경영하기 어렵다”며 “대를 이어 배운 기술과 노하우가 수십 년간 축적돼야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1988년 상속했을 당시엔 상속세 부담이 이렇게 크지 않았다”며 “지금은 3세 승계를 위해 사전 증여를 하려고 해도 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로 세율이 높아 회사 알짜 자산도 팔아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지분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최 대표는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이나 해외법인 출자금 등도 공제 대상에서 빠지는 점이 문제”라며 “올해 돌아오는 세금은 어떻게 낼지 고민”이라고 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은 매각(M&A)이 쉽지 않고, 대를 이어 경영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 기술과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상속·증여 세제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