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샤넬의 '오픈런' 고집이 부른 코로나 불안

입력 2021-08-03 17:25   수정 2021-08-04 08:52

“샤넬이 뭐라꼬 사람들 줄 세우는 겁니까.”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씨(43)는 수화기 너머로 분통을 터뜨렸다. 센텀시티점 샤넬 매장발(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부산에선 2일 하루에만 확진자가 67명 나왔다.

김씨를 비롯해 부산 시민들 사이에선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고가 브랜드들이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사기 위해 달려가는 것)’을 고집한 탓에 확산세가 커졌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 샤넬 매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달 28일. 이달 3일까지 확인된 샤넬발 감염자만 매장 직원과 그의 지인 등 12명에 달한다. 센텀시티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부산에서 유동인구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검사 분류 대상자만 약 1600명이다. 절반 정도는 아직 검사도 받지 않았다. 앞으로도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샤넬, 에르메스, 롤렉스 등 고가 해외 브랜드들의 ‘손님 줄 세우기’는 유통업계에서도 눈총을 받아왔다. 방역의 사각지대라도 되는 양 행동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로 지목됐지만 샤넬 등은 오픈런을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 이날 서울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소공로 본점의 사넬 매장 앞은 새벽부터 핸드백 등을 사기 위한 이들이 긴 행렬을 이뤘다. 거리두기는 남의 나라 일인 듯, 사람들은 방역지침에 아랑곳 않고 다닥다닥 붙어 대화를 나눴다. 롤렉스 등 다른 고가 브랜드 매장 앞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해외 브랜드의 ‘코로나 일탈’은 다른 해외 브랜드와 비교해봐도 유난스럽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만 해도 인기가 높은 한정판 운동화를 판매할 때 온라인으로 추첨한다. 이후 매장에서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꿔 밀접 접촉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랜드도 지난해 2월 뉴발란스 992 운동화 한정판을 출시했을 때 매장 앞에 방문객이 대거 몰리자 판매 방식을 비대면으로 바꿨다.

방역지침을 무력화하는 명품 브랜드의 오픈런 책임론에 해당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샤넬 관계자는 “백화점 측과 필요한 방역 조치를 모두 취했다”고 설명했다. 오픈런이 방역 조치 위반은 아니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사두면 값이 오른다’는 소문을 현실화하는 끝없는 가격 인상으로 오프런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대로’를 외치는 샤넬 측에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명품은 스스로 빛날 때 진가를 더 하는 법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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