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약속한 '걸스플래닛999', '프듀'로 무너진 신뢰 회복할까 [종합]

입력 2021-08-05 12:19   수정 2021-08-05 12:20


'조작 논란'으로 대중에 실망감을 안긴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가고, '걸스플래닛999'가 왔다. 제작진은 K팝을 매개로 소통하며 성장하는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해달라면서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소녀들을 품은 '걸스플래닛999'는 과연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엠넷(Mnet)은 5일 오전 새 오디션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999')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개최했다.

'걸스플래닛999'는 K팝 걸그룹 결성을 목표로 엠넷이 선보이는 새로운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99명의 소녀들이 걸그룹 멤버로 데뷔하기 위한 여정을 담아낸다. 각자 다른 행성에서 K팝 걸그룹이라는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걸스플래닛'에 모인다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지원자 모집에는 총 1만3000여명이 몰렸고, 이후 3차례에 걸친 예선을 통해 한국어(K그룹), 중국어(C그룹), 일본어(J그룹) 언어권에서 각각 33명씩 총 99명의 참가자를 최종 확정했다.

제작은 수년간 엠넷의 'MAMA' 총연출과 '엠카운트다운'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아온 윤신혜 CP와 앞서 그룹 엔하이픈을 탄생시킨 '아이랜드'를 연출했던 김신영 PD가 맡았다.


윤신혜 CP는 오디션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계속 되어야한다는 생각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많은 연습생들이 데뷔가 미뤄지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열정이 많이 보여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타 오디션프로그램과의 차별점으로는 '서사'를 강조했다. 윤 CP는 "우리에겐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했다. 정답은 K팝에서 발견했다"면서 "K팝은 전 세계적으로 너무 큰 사랑을 받고 있고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K팝 팬을 넘어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은 전 세계 팬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친구들이 K팝이라는 매개로 만나서 어떤 화학 작용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지 기대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외에 중국, 일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윤 CP는 "지리적으로 제일 가깝지만 언어도 문화도 다른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문화권 친구들이 모인다면 조금 더 집중적으로 새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두 지역이 한류가 제일 먼저 시작돼서 오래 이어져 온 곳이기도 하다. 99명의 소녀들이 모여서 다른 거 아니고 K팝 하나로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그 소녀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갈지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녀대전'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 또한 '이야기'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고. 김신영 PD는 "부제는 본 제목보다 더 고심한 끝에 만들어졌다. 소녀대전의 '전'은 전쟁이 아닌, 이야기 전을 뜻한다. 풀어서 해석하자면 소녀들의 위대한 이야기다. K, C, J 그룹 친구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곳에 모여서 노력하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는 위대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런 부제를 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녀라는 단어 자체가 대중적인 이미지로는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느껴지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진취적이고 강인한 소녀상을 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배우 여진구가 맡았다. 그는 시청자들과 99명 참가자들을 연결하는 '플래닛 마스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여진구는 "MC라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의미도 있었지만, 나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과연 참가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공감해줄 수 있을까 싶어 고민이 많았다. MC와 별개로 시청자로서 공감도 해주고, 조금은 많은 분들 앞에서 평가를 받아왔던 사람으로서 현실적인 조언이나 또 다른 느낌의 공감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함께 하게 됐다"면서 "이들이 어떻게 성장해나가고, 얼마나 멋있어질지 궁금하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참가자들에게 많은 힘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첫 회 녹화를 마쳤다는 '걸스플래닛999' 팀은 특히 여진구의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여진구는 "그날 촬영이 끝나고 입었던 옷이 다 젖었다. 긴장을 너무 했는지 식은땀이 계속 났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참가자들의 멘토인 'K팝 마스터'로는 가수 선미와 티파니 영이 함께 한다. 선미와 티파니 영은 각각 그룹 원더걸스, 소녀시대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K팝 대표 걸그룹으로 활약했던 바다. 걸그룹이 되겠다는 목표로 땀을 흘리는 참가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조언을 건넬 수 있는 든든한 멘토가 되어줄 전망이다.

티파니 영은 "녹화 중에 개인적으로 참가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시간이 있었다. 실수와 실패에 대한 구분, 분별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사람으로서, 아티스트로서, 여자로서 실수하는 건 당연하다. 거기서 어떻게 더 성장해나갈지를 찾으면 되는 거다"면서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으면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 멋진 여정을 이겨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미는 "참가자들한테 '결국에는 겸손함과 자만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스스로를 더 돌아보게 되고, 이를 통해 멋진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거다. 지금 당장은 성공하는 데 있어서 이런 마음들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결국에 우리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는 거다. 그러니 이러한 마음으로 참가자들이 성장했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댄스 마스터로는 백구영과 장주희, 보컬 마스터로는 임한별과 조아영이 동행한다. 걸그룹 멤버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지 묻자 백구영은 "퍼포먼스를 할 때 각자가 가진 개성도 중요하지만 K팝에는 잘 맞추어진 그룹의 모습이 있다. 이 친구들이 어느 정도 연습하고 커뮤니케이션해서 작품을 완성하는지, 개개인이 잘하는 점보다는 함께 협동해나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장주희는 "기본적인 실력이 갖추어져야 하는 건 기본이고, 무대에 섰을 때 무대를 장악할 수 있는 본인만의 매력이 있어야하지 않나 싶다. 어쨌든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친구들의 매력을 느껴야 빠질 수 있어서 장악력이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임한별은 "개인적으로 큰 프로그램에 원천 콘텐츠는 음악이라 생각한다. 걸그룹에 걸맞는 다양한 컬러를 보여주는 참가자가 기대가 된다"고 했고, 조아영은 "기준점 중 하나가 표현력이다. 걸그룹이 다양한 장르나 콘셉트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걸그룹 멤버가 되기 위한 경연을 펼치는 만큼, '걸스플래닛999'에 대한 우려도 따른다.

오디션프로그램에 따르는 대표적인 논란이 '참가자 편집 분량'과 관련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PD는 "방송은 시간이 정해져 있고, 어쩔 수 없이 분량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정 참가자에게 분량을 더, 혹은 덜 할애하려는 건 없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스토리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편집 방향을 전하게 된다. 그 메시지는 99명의 소녀들이 걸스플래닛에 모여 하나되어 성장하고 결국에는 꿈을 이루게 되는 거다. 스토리에 부합되느냐에 따라 분량을 나누게 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적 제약이 따르는 방송 외에 다른 창구로 참가자들의 다양한 매력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 CP는 "방송에 앞서 시그널 송과 함께 각 그룹 33인의 무대도 별도로 공개했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개별 PR 영상이나 디지털 영상도 최대한 많이 제작하고 있다. 99명 소녀들의 개별적인 매력들을 충분히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엠넷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시청자 투표수를 조작한 사실이 알려져 질타를 받았다. 오디션프로그램 명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조작 오명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만은 않다.

먼저 윤 CP는 투표 방식과 경연 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데뷔 최종 멤버에 K, C, J그룹에 따른 쿼터제는 없다. 투표 방법은 미션 과정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된다. 투표는 100% 글로벌 투표로 데뷔 멤버가 정해지게 된다. 한국 50%, 그 외 글로벌 그룹 50%로 합산돼 진행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정성과 시청자 신뢰를 위해 신경썼다고 했다. 윤 CP는 "투표는 엠넷과 별도로 외부 플랫폼인 유니버스에서 진행된다. 모든 투표는 유니버스에서 진행된 후 점수화되어 최종 데이터만 제작진에게 전달된다. 그 데이터가 변형되지 않고 정확하게 방송이 되는지는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외부참관인제도를 통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아이디나 IP를 통해 어뷰징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놔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투표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경쟁으로 불 붙을 수 있는 오디션프로그램의 특성 상 어떤 참가자 보호 장치가 준비되었는지도 중요하다. 김 PD는 "참가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최소 인원이 생활할 수 있는 숙소를 마련했고, 영양사가 영양가 있는 영양가 있는 식단을 준비한다. 또 참가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제작진뿐만 아니라 전문 보안요원들이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통역사분들이 24시간 숙소에서 상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소아청소년정신과 상담의와 정기적인 상담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걸스플래닛999'를 둘러싼 논란은 또 있다. 일부 중국 참가자들이 SNS에 '항미원조' 찬양글을 올린 것.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25전쟁 참전 의미를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정당화했는데, 프로그램 시작도 전에 '걸스플래닛999' 일부 중국 참가자들이 이를 지지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CP는 "'걸스플래닛999'는 탈 정치적인 글로벌 문화 이벤트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스포츠 행사에서도 정치나 종교, 인종차별적 발언을 금지한다. '걸스플래닛999'는 문화나 K팝으로만 교류하고 있다. 참가자들 모두 정치적이나 외교적인 발언은 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걸 약속하고 경연을 시작했다"며 "방송으로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걸스플래닛999'는 오는 6일 첫 방송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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