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은 5일 탈(脫)원전·신재생 확대를 골자로 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며 “탄소중립은 기후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경제·통상 문제여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내놓은 3개 시나리오 초안은 탈원전과 탄소중립이라는 현 정부의 상충되고 뒤틀린 에너지정책 탓에 계획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탈원전과 탈석탄으로 초래되는 전력 공백을 신재생에너지로 무리하게 메우는 과정에서 에너지 비효율은 물론 기저전원의 막대한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기초적인 셈법도 따르지 않은 희망고문식 청사진”이라고 꼬집었다.
탄소중립위가 마련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1~3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6억8630만t 대비 각각 96.3~100% 감축하는 계획을 담았다. 전환(에너지 공급)·수송·산업·건물 등 전 부문에서 대대적으로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2018년 총 2억696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전환 부문은 82.9~100% 감축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70.8%까지 확대하고,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을 동원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50년 산업 부문에선 2018년 2억650만t 대비 79.6% 감축한 5310만t의 탄소가, 수송 부문에서는 2018년 9810만t 대비 97.1~88.6% 감축한 200만~1120만t의 탄소가 배출될 전망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전기가열로 도입 △연료 대체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는 게 목표다. 수송에서는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를 76~97% 이상 보급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이에 대해 “과도한 감축 목표와 비현실적인 감축 이행방안”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에서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높은 화석발전 의존도 때문에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정책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거기에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손실을 이번 시나리오에 반영하지 않았다. 밤에는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 태양광은 낮에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다시 공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한 전환 과정에서는 약 15%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수소로 변환해 다시 전기로 전환할 경우엔 약 50%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를 감안할 때 태양광 설비량은 정부 계획보다 더 증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CCUS 기술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5790만~9500만t 줄인다는 계획도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평가다. CCUS 또한 아직 갈 길이 먼 기술이어서다.
이지훈/황정환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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