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직원들의 '열정 마그마' 분출시킨 소니

입력 2021-08-05 18:04   수정 2021-08-06 02:41

소니,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1980~1990년대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가전 브랜드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한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한 일본 가전 브랜드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사업 축소와 합병 등으로 생존을 모색했지만 여전히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며 성장세로 돌아선 기업도 있다. 한때 ‘일본의 자존심’으로까지 불리던 가전 브랜드 소니는 기업의 정체성까지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소니는 이제 ‘가전 기업’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 변신의 중심에는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전 회장이 있다.

지난 7월 니혼게이자이신문사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소니 재생(ソニ再生)》은 히라이 전 회장이 직접 소개하는 소니 재건 다큐멘터리다. 그가 어떻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는지, 그에게 ‘변혁의 프로페셔널’ ‘이단아’라는 별명이 붙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무려 세 번에 걸친 턴어라운드를 통해 과연 그는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 등 히라이 전 회장의 경영 철학이 소개되고 있다. “이견을 수용하라” “리더는 감성지능(EQ)이 높아야 한다” “고통스러운 개혁은 미루지 말고 즉시 실행하라” 등 소니의 부활을 이끈 혁신 전략이 펼쳐진다.

1946년 도쿄통신공업주식회사로 시작한 소니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이었다. 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어 ‘워크맨’과 브라운관 텔레비전 ‘트리니트론’은 세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급격한 디지털화는 소니를 몰락의 길로 내몰았다.


2008년부터 4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상황에서 소니를 재생시킬 구원투수로 히라이 가즈오가 등장했다. 그는 1984년 소니 뮤직의 전신인 CBS레코드에 입사했다.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국제 업무를 맡아 소니 뮤직과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를 이끌던 그가 2012년 소니의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언론은 ‘샐러리맨 신화’ ‘소니 역사상 최연소 최고경영자’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소니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책을 통해 히라이 전 회장은 지난 10년간 소니 회장으로서의 지나온 발걸음을 회상한다. “‘어떻게 소니를 부활시키셨나요?’ 경영진에서 물러난 지 3년 정도 됐는데 지금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언론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재검토’ ‘코스트 구조의 개혁’ 등 여러 키워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틀린 분석은 아니지만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을 상실하고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직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열정의 마그마’를 이끌어낸 것. 어떤 의미에서는 리더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우직하게 해온 것이 조직의 재생으로 연결됐다고 생각합니다.”

히라이 전 회장은 2019년 6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소니의 요청에 따라 지금도 비상근 고문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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