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고액권 폐지' 화폐개혁 바람…한국 5만원권은?

입력 2021-08-08 17:17   수정 2021-08-09 00:55

지난 주말 베네수엘라가 오는 10월 1일부터 화폐개혁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니콜라스 마두라 정부 들어서는 2018년 조치에 이어 두 번째, 우고 차베스 정부에 단행했던 2008년 조치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화폐개혁이다.

목적은 뚜렷하다. 올 들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575%에 달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화폐 거래단위를 100만 분의 1로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선언했다. 화폐 명칭도 3년 전 마두라 대통령이 야심 차게 도입했던 ‘페트로’ 실패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볼리바르 소베라노’에서 ‘볼리바르 디히탈’로 바꾸었다.

페트로는 1페트로 가치를 베네수엘라산 원유 1배럴 가격에 연동시킨 정부 주도 첫 암호화폐라는 점에서 화폐 발행 역사상 큰 의미가 있었다. 페트로 도입 당시 발행 물량 1억 개 중 최소 50%만 소진됐더라면 각국 중앙은행의 화폐개혁과 암호화폐 정책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본위제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2차대전 이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기까지 달러 가치는 금 가격에 연동(1온스=35달러)시켜 유지했다. 페트로 가치는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원유(1배럴=60달러)와 연계시켜 ‘원유 본위제’라는 용어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테라’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눈길을 끌었다. 라틴어로 ‘지구’라는 의미의 테라(Terra)는 유로화 창시자인 리태어 전 벨기에 루벵대 교수가 주장한 세계단일통화 구상이다.

이번 화폐개혁은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실패할 것이라는 시각이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한 데다 볼라바르 디히탈 가치를 결정하는 유가가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화폐개혁 논쟁은 지속돼 왔다. 위기 극복 차원에서 돈이 많이 풀리고 기준금리가 ‘제로’ 혹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종 대부자 역할까지 포기했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추진했던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화폐개혁 논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폐개혁을 단행한 국가도 의외로 많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했던 2013년에 미국은 신권을 발행했다. 그 후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동참했다. 신흥국은 베네수엘라, 북한,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이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으나 최고통수권자의 정치적 야망이 결부돼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들어 시간이 갈수록 화폐개혁이 ‘고액권 폐지’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점이다. 2018년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고권종에 대해 2년 동안 500억유로어치의 발행을 중단했다. 미국도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했던 ‘100달러 폐지론’를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검토한 적이 있었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한 이후 고액권 폐지론은 ‘현찰 폐지론’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화폐의 3대 기능 중 거래적 동기와 회계의 단위는 대안화폐 진전으로 현찰(법화)이 없다고 하더라도 불편함이 없다.

다음달 Fed의 디지털 달러화 연구보고서가 나오면 신권 발행, 리디노미네이션, 고액권을 포함한 현찰 폐지론 등 그동안 추진된 화폐개혁 방안이 한꺼번에 현실로 닥칠 가능성이 높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을 비롯해 기업, 금융회사 그리고 개인도 조만간 닥칠 화폐 생활의 변화를 인식하고 미리 대비해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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