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악어 입' 벌릴 궁리만 하는 대선주자

입력 2021-08-08 17:28   수정 2021-08-09 00:32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경선 열기가 여름 날씨 못지않다. ‘현금 살포 경쟁’에 ‘네거티브 공방’도 뜨겁다. 얼마 전에는 폭염 맞춤형 정책까지 나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민께 시원할 권리를!”이라며 전 가구 전기요금 추가 감면을 제안했다. 월 350㎾h를 쓰는 가정이 600W급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정도 가동하면 월 1만2000원의 추가 요금이 드는데, 전국 2148만 가구에 혜택을 줄 경우 2개월간 5000억원이면 된다며 재원도 친절하게 소개했다. 수십조원 들어가는 기본소득에 비하면 ‘껌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어디에 얼마나 더 쓰자고 할지 궁금하다. 겨울에는 “국민께 따뜻할 권리를!”이라며 가스·유류비 지원책을 내놓지 말란 법이 없다. 대선 석 달 전이라 약발도 크다. 가을에는 “날씨 좋은 날 놀 권리를!”이라며 여행비를 지원하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가열되는 '현금 살포' 경쟁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내놓은 현금성 공약 재원은 이미 1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 지사는 2023년 연간 25조원, 집권 말기엔 58조원이 소요되는 기본소득 공약을 내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9조원이 들어가는 아동수당 확대·사회출발자금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미래씨앗통장(연간 27조원), 김두관 의원은 기본자산제(연간 8조원)를 공약하면서 ‘원조 논쟁’까지 벌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기본소득(5조원)에 국민배당(36조원)을 하겠다고 한다. 아직 경선 전인 국민의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별지급이라지만 공정소득, 안심소득 같은 기본소득 아류작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재원 마련 방안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세출 구조조정이고 또 하나는 국토보유세 신설 등 증세다. 하지만 국가 예산은 다 쓸 데가 정해져 있다. 정부가 매년 예산안을 짜서 국회에 제출하지만 삭감액은 미미하다. 말이 쉬워 구조조정이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증세도 만만찮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론 도입 자체가 힘들다. 부자나 대기업만 ‘콕’ 찍으면 가능할 순 있다. 하지만 이런 ‘갈라치기’ 증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산가와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현실화하는 '악어 입' 재정
국가부채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4년간 340조원 증가했다. 내년에는 10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연간 국채 이자로만 20조원 이상을 내야 할 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를 넘어선다. 올해는 수출 호조에 주식·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세수가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늘어나기 쉽지 않다. 내년 세법 개정으로만 연간 1조25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에다 급속한 고령화로 세금을 낼 사람도 점점 줄어든다. 65세 이상 인구는 800만 명을 돌파했고 250개 시·군·구 모두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조차 지난달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 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재정은 1990년 이후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10년 전 마나고 야스시 일본 재무성 주계국장(예산실장)이 기획재정부 관료에게 보여준 국가 재정 ‘악어 입’ 그래프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90년 64%에서 지난해 237%로 급증했다. 복지비 등 쓸 돈은 넘쳐나는데 장기간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줄어든 탓이다. 벌어진 악어 입은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래턱(세수)엔 무관심하고 위턱(세출) 벌릴 궁리만 하는 대선주자들이 넘쳐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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