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루핏’의 영향권 밖이던 지난 7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더위를 피해 바닷가를 찾은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하루 해운대해수욕장을 방문한 사람은 22만여 명이었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겹치면서 1주일 전에 비해 다섯 배 치솟았다. 확진자는 5일 연속 100명을 넘어섰다. 부산시는 외부 관광객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4단계 격상’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해수욕장도 전면 폐쇄했다.
부산뿐 아니라 경남 강원 제주 등에서도 확진자가 쏟아졌다. 방역당국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백신 효과마저 줄어들면서 4차 대유행이 다시 확산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부산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비교적 완화된 방역수칙이 적용되는 곳으로 관광객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되는 강원 양양·고성의 해수욕장에는 올여름 200만 명 넘는 피서객이 방문했다. 특히 고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방문객이 약 20배 급증했다.
거리두기 3단계를 유지하고 있는 제주도도 여전히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지난주 제주공항을 방문한 여객은 총 25만9955명. 3주 전(26만8033명)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매주 25만 명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창원·통영 등이 속한 경남에선 매일 100명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지난주(8월 1~7일) 김해공항 여객(도착 기준)은 9만1445명으로 3주 전(7월 11~17일·8만3717명)에 비해 1만 명가량 늘었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부산시는 10일부터 22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는 건 대전시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시는 이 기간 시내 해수욕장 일곱 곳도 모두 폐장하기로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외부 관광객 유입을 차단해 풍선효과로 인한 감염으로부터 시민을 지켜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다음주까지가 그나마 여름 성수기인데 4단계로 격상되면서 올여름 장사는 사실상 끝났다”고 했다.
다른 휴양지 지자체들도 방역수칙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강원 속초시는 이달 15일까지였던 속초해수욕장 야간개장 운영을 1주일 앞당겨 중단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 중인 인천 옹진군도 관내 해수욕장 및 해변 23개소를 조기 폐장했다. 최근 교회·실내 체육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시 역시 4단계 격상을 검토 중이다.
4차 유행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주 만에 주말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7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1729명으로 2주 전 최다치(1487명)를 200명 넘게 웃돌았다. 생활치료센터와 중환자실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3주 전 546개였던 즉시 가용 중환자실은 지난주 312개로 줄어들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금보다 유행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되면 적절한 의료 제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4차 유행의 정점을 찍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입장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휴가지에서 복귀하는 이들의 진단검사 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요양원·실내 체육시설 등에서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다시 확산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며 “백신 접종의 효과마저 감소시키는 변이로 인해 방역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손 반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을 통해 수도권 확진자를 뚜렷하게 감소세로 바꾸면 추석 전까지는 단계 하향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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