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이 11일 재판에 처음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9월 검찰에 기소된 이후 11개월 만이다.
윤 의원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지방재정법 위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배임 등 여덟 가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대협이 운영했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윤 의원이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등록해 2013~2020년 정부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고 봤다. 정대협 직원 2명과 함께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 사업 인건비 보조금 등을 부정 수령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 계좌로 총 41억원의 기부금품을 받았고,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과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 약 1억7000만원의 기부금을 개인 계좌로 모금했다고 판단했다. 윤 의원은 법인 계좌에 들어 있던 정대협 경상비 등을 이체받아 유용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로 사용하게 될 ‘안성 쉼터’를 매입가보다 싸게 팔아 정대협에 손해를 끼친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대협 상임이사이자 정의연 이사인 A씨(46)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윤 의원은 “검사는 정대협이 ‘윤미향의 사조직’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며 “사무처 등 공식 조직이 있고 나를 포함한 3인의 공동대표도 총회를 거쳐 선출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간의 의혹은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기소된 지 거의 1년이 돼서야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윤 의원 측과 검찰 측은 앞서 여섯 차례에 이르는 재판 준비 절차를 밟으며 수사기록 열람등사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불거진 ‘정의연 사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겸 인권활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30년 가까이 정대협에 이용됐다”고 폭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각종 시민단체의 고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의혹이 커졌다.
11일 법원 입구에는 출석하는 윤 의원을 보기 위해 취재진과 유튜버 수십여 명이 몰려들었다. 일본 NHK 등 외신도 관심을 보였다. 윤 의원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17일 열릴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