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윤미향 의원은 무엇이 바뀌었나

입력 2021-08-12 17:36   수정 2021-08-13 00:07

지난해 5월을 유독 뜨거웠던 봄으로 기억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를 계기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이 터져 나올 때였다. 할머니가 머물던 대구와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있던 경기 안성 등을 한 달 내내 쏘다녔다. 거의 모든 언론이 이 이슈에 매달렸다. 이른바 ‘정의연 사태’였다. 4개월이 지난 그해 9월 준사기 등 여덟 가지 혐의로 윤미향 무소속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 대부분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내용이었다.

정의연 사태 후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다. 국세청은 공익법인 1만여 곳의 회계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기획재정부는 공익법인 공시와 관련한 법을 개정했다. ‘깜깜이’로 작성돼 온 시민단체의 회계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내용이었다. 한 시민단체는 회계 장부에 전기료를 10원 단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어 나갔다.

지난 11일 윤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검찰 기소 11개월 만에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윤 의원은 1년4개월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는 재판장에 서자마자 뜬금없이 “다가오는 8월 14일은 제9회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지난 30년간 활동가로서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인권활동가로 살았다”며 자신의 치적을 내세웠다.

“악의적 보도로 제가 악마가 되고 가족들도 나락에 빠졌다”며 자신이 언론의 희생양이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사과는 “제가 많이 부족해서 할머니들에게 큰 걱정과 상심이 됐다”는 말뿐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해에도 같은 모습이었다. 정의연을 둘러싼 부실회계 처리, 개인 계좌 모금, 기부금 유용 등 온갖 의혹이 쏟아질 때 “친일 세력의 공세” “위안부 운동을 폄훼하는 세력의 음모”라고 받아쳤다. 검찰 기소 때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위안부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했다. 누가 보더라도 불법적 요소가 있음을 의심할 만한 관행마저도 외부 세력의 음해 정도로 치부해 버렸다. ‘옳은 일을 하는데, 왜 작은 일로 흠집을 내느냐’는 식이었다.

윤 의원 재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다.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그가 받고 있는 여덟 가지 혐의 중 일부는 무죄 판결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저 그때도 윤 의원이 지금과 똑같이 친일세력과 보수언론을 탓하며 ‘나는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일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그를 지켜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주름살이 너무 깊이 패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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