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심리가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정점론’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13일 7만4400원까지 급락했다. SK하이닉스도 장중 심리적 저항선인 10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론이 직격탄을 맞고 6% 넘게 빠졌다. 지난주까지 시장을 지배했던 메모리 반도체 낙관론이 비관 모드로 전환된 이유를 정리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주춤했다. 하반기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며 PC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통상 고정거래가격보다 높게 거래되는 현물가격은 이번주 고정거래가격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전망이 방아쇠가 됐다. 지난 11일 올해 4분기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0~5%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PC용 D램은 전체 D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모바일(40%)과 서버(35%) 비중이 훨씬 더 크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모바일과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PC용 D램 가격 하락세가 모바일, 서버용 제품 가격 하락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IB가 목표주가를 끌어내리자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외국인은 이번주 삼성전자를 5조6000억원, SK하이닉스를 2조원어치 순매도했다.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 투매에 나서면서 자금을 해외로 송금하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공포가 더 커지는 ‘왝더독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이클은 짧아지고,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계획했던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차세대 규격인 DDR5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하면 공급 감소 효과로 내년 2분기에는 D램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매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사이클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 속도 조절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버 업체들의 주문 시점과 주문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급사의 경쟁만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보유 순현금이 96조원에 달하는 만큼 더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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