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불러도 모르쇠, 중병 앓는 아버지 굶겨 죽인 20대 아들

입력 2021-08-14 00:45   수정 2021-08-14 01:44


중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부름도 외면하고 처방약과 음식물 등을 주지 않은 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는 13일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A씨(22)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조사결과 A씨는 외동아들로 아버지 B씨(56)와 단둘이 살았지만,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 비극은 B씨가 지난해 9월 심부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 등으로 입원하게 되며 시작됐다. B씨의 치료비는 B씨의 동생이 충당했고 지난 4월 더는 병원비를 낼 수 없게 되자 A씨는 아버지의 퇴원을 결정했다.

B씨는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었고, 음식물도 코에 삽입한 호스로 공급해야 했다. 욕창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2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줘야 했고, 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했다. A씨는 퇴원 당일 병원 안내대로 아버지에게 음식물과 약을 제공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약을 제공하지 않았고, 하루 3회 먹어야 하는 치료식도 일주일에 총 10회만 줬다. 그마저도 아버지가 "배고프다" "목마르다"라고 요청할 때만 제공했다.

A씨는 지난 5월 1일부터 8일간 작정하고 아버지가 숨지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아버지 B씨가 아들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했다. A씨는 검찰에서 "기약 없이 매일 2시간씩 돌보며 사는 게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내버려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사망 직전인 아버지 B씨는 아들에게 더이상 물이나 밥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아버지가 숨진 뒤 119와 경찰에 신고했고, B씨의 사인은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이 발병돼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B씨의 시신을 확인하던 경찰이 그의 사망에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고 A씨를 수사했고, 아버지의 병세를 알고도 처방약 등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아들 A씨)이 피해자(아버지 B씨) 사망을 노리고 적극적인 행위로서 사망을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출소 이후에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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