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늘리는 부동산 정책, 부의 대물림만 조장할 뿐입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1-08-16 06:30   수정 2021-08-17 11:48


서울의 아파트 증여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월 평균 증여 건수는 2000 건에 육박하고 아파트 매매 거래의 절반 수준에 이릅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약 3배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정부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양도세 중과 규제에 대응해 자녀에서 미리 증여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는 이로 인해 매물 잠김이 더욱 심각해질 겁니다. 현장에서 투자 상담을 해보면 증여세 세율도 낮은 편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내야 할 세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증여세를 당겨서 내면 5년 뒤 자녀들의 양도세가 줄어드는 것도 관심 사항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증여가 이뤄진 아파트는 최소 5년 간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증여받은 매물을 5년 이내에 팔면 당 초 증여자가 취득한 가격으로 양도세를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부의 대물림과 가문화입니다. 최근 증여는 자녀에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부끼리 공제(최대 6억원)를 받고 증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유세 등 세금 문제를 피하기 위해 한 명에게 몰려있는 재산을 가족 전체로 분산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자산은 가족 내에서만 움직입니다. 가히 서울 아파트는 가문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대와 20대의 서울아파트 매입 비중이 최고를 기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겁니다.

증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필자가 만나본 베이비부머 자산가들은 실수요 다주택자들입니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자산가들은 자녀들에게 어떻게 자산을 물려주느냐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집니다. 따라서 본인에게 필요한 한 채의 주택만이 아니라 자녀들에도 각각 한 채씩의 주택을 마련해주고자 합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 머리가 하얗게 센 베이비부머들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자녀에게 필요한 주택을 쇼핑하는 중일 겁니다.

본인들의 자산을 물려주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인데 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와 보유세(종합부동산세)의 급격한 인상은 울려고 하는 사람의 빰을 때린 격입니다. 어차피 상속을 하게 되면 상속세를 내는데 양도세와 상속세를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보다는 증여세 한 번으로 깔끔해지는 것을 더욱 선호합니다.

2012년 조세연구원이 개최한 재정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베이비붐 세대의 기부 특성과 기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베이비부머 가구가 낸 연평균 기부금이 160만원으로 일반가구(144만원)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장기불황으로 기부가 위축됐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소득의 3.5%, 전체 소비의 6.2% 수준이니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모처럼 기부 등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려던 시기에 잘못된 정부의 정책은 이를 과거로 되돌립니다. 자산이 사회공헌활동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회제도는 필히 부작용을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서 역사상 가장 많은 자산(부)의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합니다. 고속 경제성장 시대를 보내며 상당한 자산을 축적해온 미국 베이비부머(70세 이상 고령층)들은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35조 달러(약 4경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시기를 지나 사회에서 완전한 퇴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X세대나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자산을 나눠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하고 다른 점은 각종 자선단체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컨설팅업체 세룰리 어소시에이츠(Cerulli Associates)는 베이비부머가 2042년까지 70조 달러를 물려줄 것이며 이중 51조 달러가 밀레니얼세대와 X세대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고 나머지는 자선활동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부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베이비부머들을 자산 증여로 내몰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당사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더 큰 문제는 계속되는 정부의 헛발질입니다. 취득세 과세표준이 현재 신고가액이나 시가표준액에서 2023년부터는 실거래가로 바뀐다는 법률 개정안입니다. 그동안 시세의 70~80% 공시가격을 적용받아 온 아파트 증여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면 취득세 증가분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될 겁니다. 당연히 서울 아파트의 증여는 2023년이 오기 전까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일 것입니다.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는 정부의 정책, 언제까지 봐야 할까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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