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풍자에 힙합·재즈까지…기발한 국악뮤지컬 '돌풍'

입력 2021-08-16 17:09   수정 2021-08-17 00:26


19세기 조선. 온 나라에 역병이 퍼져 주막에 들어가려면 인증을 해야 한다.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엔 ‘역세권’ ‘똘똘한 한 채’ ‘못 쓰는 땅 줍줍’ 등 현 세태를 꼬집는 부동산 용어들이 등장한다. 다음달 5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판’이다. 국악 뮤지컬이지만 코로나19, 부동산 이야기 등 현재의 시사 이슈를 적극 접목해 호평받고 있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국악 뮤지컬’이 기발하고 참신한 소재와 다양한 음악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뮤지컬 주요 관객층인 20~30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서 국악과 힙합을 결합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도 2019년 초연 때부터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올초 세 번째 시즌 공연을 올렸다. 창작 뮤지컬 시장에 국악 열풍이 거세게 불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뮤지컬 ‘판’은 조선판 ‘책 읽어주는 남자’로 입소문이 났다. 극은 과거를 준비하던 양반집 아들 달수가 전문적으로 소설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직업을 가진 호태를 만나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 김지철, 류제윤, 김지훈, 최유하, 김아영 등이 출연한다.

음악도 독특하다. 국악에 스윙, 보사노바, 클래식, 탱고 등 다양한 서양 음악을 가미했다. 양주별산대놀이, 꼭두각시놀음 등도 신명나게 펼쳐진다. 국립정동극장 관계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이야기의 힘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국악 뮤지컬 ‘금악’도 화제다. 18~29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금악’은 조선의 제23대 왕 순조 시대를 다룬다. 순조 말년 효명세자가 대리청정하던 시기가 배경이다. 통일신라 때부터 비밀스럽게 전해져온 악보를 매개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금지된 음악’이란 판타지를 풀어낸다. 궁중 음악을 담당하는 장악원에선 금악을 둘러싸고 치열한 궁중 암투가 펼쳐진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을 맡았던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 원 감독은 국악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현대 음악 요소를 더했다. 창극 ‘패왕별희’의 작곡가 손다혜와 국내 대표 재즈 드러머 한웅원이 참여했다.

모든 소리의 비밀을 풀어내는 천부적 재능을 지닌 성율 역은 유주혜, 고은영이 맡는다. 하나의 배역에 남녀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자라나는 ‘갈’ 역을 소리꾼 추다혜와 뮤지컬 배우 윤진웅이 연기한다. 관현맹인 홍석해 역에는 뮤지컬 스타 남경주가 캐스팅됐다.

인기 창작 뮤지컬 ‘풍월주’도 오는 31일 돌아온다. 2012년 초연 이후 꾸준히 공연되면서 마니아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이다. 남자 기생들이 모인 신라의 운루를 배경으로 여왕의 사랑을 독차지한 ‘열’과 그의 친구이자 애틋한 마음을 나누는 ‘사담’, 열에 집착하는 핏빛 개혁군주 진성여왕의 관계가 펼쳐진다.

국악과 함께 울려퍼지는 서정적인 선율은 팬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악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라이브 음악이 애틋함을 더한다. 한국적인 미와 색감을 살린 의상도 돋보인다. 열 역엔 태화, 임진섭, 이석준이 캐스팅됐다. 사담 역은 황두현, 박준휘, 윤석호가, 진성여왕 역은 전성민, 임찬민이 맡는다. 공연은 11월 7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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