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한 장, 추억 두 장…책의 바다에 풍덩~

입력 2021-08-19 16:59   수정 2021-08-20 01:56

좋아하는 책을 보면서 온전하게 휴식을 취하는 여행을 꿈꿔본 적이 있나요. 책과 더불어 그림 같은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북스테이(book stay)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북스테이가 다소 낯설지만 유럽에는 책방이나 북스테이와 관련된 체험공방 등이 마을 전체에 들어선 곳이 적지 않죠. 그런 곳을 책마을이라고 부릅니다. 영국 웨일스 지방의 ‘헤이 온 와이’, 벨기에 플랑드르의 ‘담(DAMME)’, 프랑스 부르고뉴의 ‘퀴즈리’ 같은 곳이죠. 여름의 끝자락에 책과 함께 쉼을 얻는 북캉스를 떠나보면 어떨까요. 북스테이를 하기 좋은 두 곳의 서점과 전북 완주에 있는 한국형 책마을을 소개합니다.
온전히 책 속에 몰입하다…‘숲속작은책방’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북스테이를 시작한 곳이다. 서울에서 작은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던 김병록·백창화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고 서점과 북스테이를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숲속작은책방은 오봉산 기슭 평온한 전원마을에 있다. 정갈한 정원에는 해먹을 걸어둔 정자와 피노키오를 조각한 오두막이 있고, 그 뒤로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 예쁜 이층집이 그림처럼 서 있다. 책방의 1층에는 인문서를 비롯해 에세이, 소설 등 3000여 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과 팝업북도 빈틈없이 갖췄다. 서점 벽면을 가득 채운 책꽂이와 가구는 모두 김병록 씨가 만들었다. 볕 잘 드는 거실 창 옆으로 그림책 작가를 위한 원화 전시공간도 마련했다. 창가 쪽에는 부부가 좋아하고 추천하는 책이 놓여 있는데, 책마다 일일이 소개 글과 감상을 적어 띠지로 둘렀다.

2층은 오롯이 북스테이를 위한 공간이다. 두 곳의 객실을 서재와 침실로 꾸몄다. 서재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이 대부분이지만 《식객》 《송곳》 같은 유명 만화도 있다. 침대와 에어컨을 갖춘 침실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은 건 조용한 공간에서 편안히 독서를 즐기라는 책방지기의 배려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으며 온전한 휴식을 취하자는 운영 원칙에 따라 차나 음료도 팔지 않는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금지했다.

제약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에 대해 책방지기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책에 관한 얘기, 사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보내면 금세 ‘가족’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방을 감싸고 있는 미루마을도 꼭 들러볼 만하다. 원래 교육문화를 테마로 조성된 전원마을이어서 동네 전체가 그림책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아름답다. 숲속작은책방 북스테이 입실은 오후 3시, 퇴실은 다음날 오전 11시다. 한 가족만 이용할 수 있다. 1박 숙박 비용은 조식 포함, 10만원.
책 속에서 노는 ‘이루라책방’
강화군 내가면 구하리에 있는 ‘이루라책방’도 대표적인 북스테이 전문 책방이다. 이루라책방은 운영 시스템부터 특이하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매일 시간대별로 단 한 팀만 받아 방문객이 방해받지 않고 책방 공간 전체를 오롯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내부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분위기다. 아동서부터 소설·경제·문학 등 다양한 책이 3층 높이의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책방에 앉아 있으면 통유리창 밖으로 강화의 시원한 풍경이 그대로 들어온다. 바닷바람과 정원 너머의 푸른 숲 덕분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200권의 책으로 만든 ‘책조명’이 특히 눈길을 끈다. 책방지기인 이정훈 씨의 작품이다. 책방을 연 김영선·이정훈 씨 부부는 모두 작가다. 부인 김씨는 아동문학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동화작가, 남편 이씨는 경제·경영 관련 베스트셀러를 냈다.

숙박 공간은 2층과 3층으로 분리돼 있다. 3층은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글램핑장으로, 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찾는다. 2층의 다락방처럼 생긴 오두막에서는 천창을 통해 달을 보면서 책과 함께 뒹굴 수 있다. 오두막 손님만을 위한 벚꽃정원도 따로 마련돼 있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층 루프톱의 글램핑 시설에서는 황홀한 노을을 감상하고 온갖 새 소리,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한국형 책마을, 완주 삼례 책마을
전북 완주시 삼례에는 책마을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김제와 익산, 정읍 등지의 쌀을 옮기기 위해 만들었던 양곡창고를 개조해 조성한 삼례책마을이다. 영국의 책마을 ‘헤이 온 와이’를 모델로 삼았다. 북 하우스, 한국학아카이브, 북 갤러리, 삼례책마을센터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책마을로 들어서면 2층 천장까지 들어찬 책더미에 순간 멈칫한다. 입구에 옛 책방의 향수가 느껴지는 무인서점이 자리잡고 있어 누구나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할 수 있다. 희귀한 동서양의 고미술품을 전시, 판매하는 뮤지엄 숍도 인기다.

서점 옆 박물관은 1년에 두세 차례 기획전을 열어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박대헌 삼례책마을 이사장이 중학생 때부터 수집해온 희귀 기록과 인쇄물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시집 연애보’와 ‘철수와 영이: 김태형 교과서 그림’ ‘옛날은 우습구나: 송광용 만화일기 40년’을 전시 중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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