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에서의 대형 화재 당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와 ‘먹방’(먹는 모습을 담는 방송) 유튜브를 찍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구조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실종으로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순간에 경기도 책임자인 이 지사는 먹방을 통한 홍보에 치중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황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 자진 사퇴로 ‘황교익 사태’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이 지사가 다시 ‘황교익 늪’에 빠져든 모양새다.6월 17일은 이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날이었다. 17일 새벽부터 사흘간 계속된 불로 수천억원 규모 재산 피해가 났고 불을 끄던 소방관이 순직하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경기도는 “이 지사가 화재 발생으로 남은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복귀했다”고 해명했다. 경기도가 공개한 시간대별 조치사항에 따르면 이 지사가 이천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18일 오전 1시32분으로 화재 발생 약 20시간 만이었다.
이 지사는 “화재 당시 창원에 가 있긴 했지만 실시간으로 다 보고받고 그에 맞게 지휘도 했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우리 국민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가 빠지고 있는 구조 현장에 왜 가지 않느냐를 문제삼지 않았다”며 “지휘를 했느냐 안 했느냐, 알고 있었느냐 보고를 받았느냐를 문제삼았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 생명과 안전을 갖고 정치적 희생물로 삼거나 공방의 대상으로 만들어 현장에서 애쓰는 사람이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 지사가 도민에 대한 책임을 운운하는 것이 매우 가증스럽다”며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해당 사태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시는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실종에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고 걱정하던 시점”이라며 “그런 큰 화재가 났으면 도지사는 즉시 업무에 복귀하고 현장을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경기도 재난재해 총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보”라고 언급했다.
이 지사도 “황씨는 국민의힘 소속 서병수 전 부산시장도 인정하는 음식문화 전문가로 많은 업무 성과를 냈다”며 “명백한 전문성을 부인당하고, 친일파로 공격당하며, 친분에 의한 ‘내정’으로 매도당한 황 선생님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위로했다.
자진 사퇴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던 ‘황교익 사태’가 이 지사의 화재 대응 논란으로 다시 번지자 이재명 캠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캠프 내에서는 “일련의 논란은 결국 이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는 데 따른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씨가 이낙연의 정치생명을 끊어놓으려다 뜻을 못 이루니,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끊어놓는 쪽으로 노선을 바꾼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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