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1위"…조용히 '日 시총 2위' 오른 의외의 기업

입력 2021-08-23 16:02   수정 2021-08-23 17:30

일본 시가총액 2위, 평균연봉 1위, 영업이익률 50%, 신제품의 70%는 '세계최초'.

괄목할 만한 숫자를 자랑하는 기업이지만 이 곳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키엔스(Keyence). 공장자동화에 필요한 센서나 측정기를 만드는 일본의 B2B 기업이다. 23일에도 4.72%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3월 17일 코로나19로 장중 저점을 찍은 뒤 124.18%나 상승했다. 키엔스가 쟁쟁한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일본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을 살펴봤다.
○영업이익률 50%로 시총 2위

23일 기준 키엔스의 시가총액은 15조7600억엔으로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시가총액 2위다. 소니(3위·13조8716억엔)나 소프트뱅크그룹(6위·10조4859억엔), 패스트리테일링(10위·7조7296억엔)보다도 크다. 키엔스는 처음부터 눈에띄는 기업은 아니었다. 2010년 이후 도요타 주가가 137.68% 오를 때 키엔스의 주가는 642.50% 올랐다. 조용한 우상향으로 차례차례 시총 순위가 올랐고, 전세계 101위 기업이 됐다. 키엔스는 비접촉형 센서 등을 만드는데,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제품 시리얼넘버를 관리하거나 식품 패키지의 불량품을 검사하는 역할을 한다. 비슷한 기업으로는 미국의 코그넥스와 일본의 오므론이 있다. 한국에도 라온피플과 하이비젼시스템이 비슷한 사업을 영위한다.

이익규모 자체가 크진 않다. 키엔스의 지난해(2020년 3월~2021년 3월) 매출은 5381억엔으로 도요타자동차(27조2145억엔)의 50분의 1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주목받는 건 어마어마한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키엔스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부터 5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버는 돈의 절반은 주머니에 고스란히 남는단 얘기다.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기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실제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8%에 그친다.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키엔스는 키엔스 창업 전 두 번의 도산을 경험한 창업주 다키자키 다케미쓰 명예회장의 의지에 따라 지금도 무차입경영을 유지중이다. 키엔스의 자기자본비율은 현재 95.2%다.

키엔스의 고수익 비결로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꼽는다. 첫째는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팹리스 경영, 둘째는 대리점을 통하지 않는 직접판매 시스템, 셋째는 직접판매를 잘 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 유치다.

먼저 키엔스는 자사 공장을 갖지 않고 제품을 모두 위탁생산에 맡긴다. 공장을 굴리지 않아도 되니 드는 돈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장이 없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도 가능하다. 평범한 회사라면 신제품을 만들 때마다 생산라인을 어떻게 재편성 해야할지 고민하기 때문에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키엔스는 위탁으로 맡기면 그만이기 때문에 더 유연하게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다. 키엔스는 원활한 팹리스 경영을 위해 하청공장엔 대부분의 일감을 키엔스 제품으로만 채우도록 관리하고 있다.
○영업맨이 직접 뛰니 신제품의 70%가 세계 최초

키엔스의 진짜 힘은 영업사원에서 나온다. 키엔스의 영업사원들은 46개국 230곳의 거래처와 직접 왕래한다. 많은 기업들이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공채로 채용된 전문성 높은 영업사원들이 직접 공장을 둘러보며 해당 공장에 필요한 센서가 무엇인지 직접 파악한다. 때로는 고객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숨겨진 니즈'까지 파악해 이에 맞는 제품을 먼저 만들어 제안하기도 한다. '고객이 만들어 달라는 것을 만들면 이미 늦다'. 키엔스의 생각이다. 이때문에 키엔스가 새로 내 놓는 제품의 70%는 세계 최초이거나 업계 최초다. 키엔스는 직접판매를 통해 기업의 컨설팅까지 겸업하는 셈이다. 대리점이 중간에서 떼어가는 돈이 없기 때문에 남는 돈이 더 많아지는 건 부차적 이득이다.

매순간 세계 최초를 노리는 키엔스는 고된 영업으로도 유명하다. 키엔스의 영업사원들은 하루는 회사에 있고 하루는 거래처를 직접 둘러보는 외근에 나가는데, 회사에 있을 때 조차도 끊임없이 전화로 거래처와의 외근 약속을 잡는다고 한다. 또 외근을 다녀오면 '외출보고서'를 꼭 작성하고, 상사와 동료 앞에서 문제와 해결방식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한다.

이 강도높은 영업을 견뎌내는 힘은 일본 1위의 연봉이다. 키엔스의 평균연봉은 일본 1위인 1751만엔이다. 2위 미츠비시상사(1678만엔), 3위 이토추상사(1627만엔)보다도 훨씬 많다. 키엔스 사원은 2607명이고 평균연령은 35.8세다. 30대 직원들이 우리 돈으로 매년 2억씩 받아간단 얘기다. 키엔스는 영업이익의 일정비율을 연4회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이익과 연동해 매월 상여금을 준다. 이익이 안좋으면 상여금도 깎이지만, 일을 열심히하면 연봉도 오르기에 근무의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무시무시한 영업강도에도 평균 근속연수가 12.2년이나 되는 비결이다.
○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전망

키엔스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3일 기준 키엔스의 2021년도(2021년3월~2022년3월) 매출은 6814억엔, 영업이익은 3670억엔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실적이 회복된 기업들이 다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앞서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공장들이 닫으면서 공장자동화에 대한 설비투자도 축소되며 실적이 전년대비 감소했었고, 2019년엔 미·중 무역분쟁이란 불확실성에 기업들이 분위기를 살피며 설비투자를 미루며 실적이 줄었었다. 2년 연속 지속된 감익사이클에 올해는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미 지난 4~6월 키엔스는 매출이 전년 대비 55% 증가한 1699억엔을 기록,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국가별로 보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해외 중에서 아시아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고,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74%, 85% 증가했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엔스는 독보적 설계 능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공장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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