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이 기업의 이름을 아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키엔스(Keyence).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센서나 측정기를 만드는 일본의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이다. 도요타에 이어 일본 시가총액 2위에 오른 키엔스. 23일에도 4.72%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3월 17일 코로나19로 장중 저점을 찍은 뒤 124.18%나 상승했다. 키엔스가 쟁쟁한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일본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을 살펴봤다.

이익 규모는 크지 않다. 키엔스의 지난해(2020년 3월~2021년 3월) 매출은 5381억엔으로 도요타자동차(27조2145억엔)의 50분의 1밖에 안 된다. 영업이익률은 탁월하다. 키엔스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부터 5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1위인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8%에 그친다. 키엔스의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키엔스 창업 전 두 번의 도산을 경험한 창업자 다키자키 다케미쓰 명예회장의 의지에 따라 지금도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키엔스의 고수익 비결로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꼽는다.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팹리스 경영, 대리점을 통하지 않는 직접판매 시스템, 판매를 잘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 유치다.
키엔스는 공장을 갖지 않고 제품을 모두 외주를 준다. 고정비용이 들지 않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애플도 자체 공장은 없다. 공장이 없어 유연한 사고도 가능하다. 평범한 회사라면 신제품을 만들 때마다 생산라인을 어떻게 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키엔스 경영진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혁신적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키엔스는 하청공장엔 대부분의 일감을 키엔스 제품으로만 채우도록 관리하고 있다.
매순간 세계 최초를 노리는 키엔스는 고된 영업으로도 유명하다. 키엔스의 영업사원들은 하루는 회사에 있고 하루는 거래처를 둘러보는 외근에 나가는데, 회사에 있을 때조차도 끊임없이 전화로 거래처와의 외근 약속을 잡는다고 한다. 또 외근을 다녀오면 ‘외출보고서’를 꼭 작성하고, 상사와 동료 앞에서 문제와 해결 방식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한다.
이런 강도 높은 영업을 견뎌내는 힘은 일본 1위의 연봉이다. 키엔스의 평균 연봉은 1751만엔(약 1억8706만원)이다. 2위 미쓰비시상사(1678만엔), 3위 이토추상사(1627만엔)보다도 훨씬 많다. 키엔스 사원은 2607명이고 평균 연령은 35.8세다. 키엔스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연 4회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이익과 연동해 매월 상여금을 준다. 엄청난 업무 강도에도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2.2년이나 되는 비결이다.
이미 지난 4~6월 키엔스는 매출이 전년 대비 55% 증가한 1699억엔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국가별로 보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해외 중에서 아시아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고, 미국과 유럽이 각각 74%, 85% 늘었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엔스는 독보적 설계 능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공장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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