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기업들, 최악의 구인난…"죄수라도 쓸 수 있게 해달라”

입력 2021-08-24 16:01   수정 2021-08-24 16:14


영국 식품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재소자들을 고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당국에 호소하고 나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이민자들이 떠나고 코로나19로 자국 노동자들마저 자가격리에 들어가 일손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구인난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하던 영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덮친 구인난... 입사하면 1600만원 얹어주기도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육류공급자협회는 일정 임금을 주고 재소자와 전과자들을 채용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

영국 식품회사들은 협의가 마무리되면 임시 석방된 재소자들을 일용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토니 구저 영국 육류공급자협회 대변인은 "많은 식품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재소자 채용 계획은 영국에서 직원을 구하기 워낙 어렵다 보니 짜낸 궁여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식품기업뿐만 아니라 운송, 유통,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방위에서 구인난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서 비어 있는 일자리는 11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에서는 최대 1만파운드(약 1600만원)까지 웃돈을 주는 '채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최대 요양원 운영업체 HC원(HC One)은 신입 야간 간호사에게 최대 1만파운드의 입사 보너스를 얹어준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운송·유통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웃돈까지 주며 트럭 운전기사를 채용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가 트럭 운전기사에 1000파운드(약 160만원)의 웃돈을 챙겨주며 채용에 나서자 업계 2위 슈퍼마켓 체인 아스다 역시 뒤늦게 동일한 금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영국 도로운송협회에 따르면 영국 내 부족한 트럭 운전기사는 10만 명에 달한다.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노동자들이 늘어나자 인력난이 심화됐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뒤늦게 필수분야에서는 자가격리를 면제한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인력이 이미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EU 인력이 빠져나간 것 역시 인력난을 부추겼다. 영국 화물운송협회 로지스틱스UK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난 EU 출신 트럭 운전기사는 약 2만5000명에 달했다.
구인난이 영국 경제 회복세에 찬물 끼얹어

구인난이 영국의 경제 회복세마저 꺾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8%에 달할 정도로 영국 경제는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영국의 8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개월 만에 최저치인 55.3을 기록했다. 5월 62.9로 정점을 찍은 후 급락하는 추세다.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PMI는 50이 넘으면 경기 확장 기대를 나타낸다.

IHS마킷은 "구인난과 원자재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이 평소보다 14배나 많았다"며 "1998년 이후 최악"이라고 했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무엘 톰즈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수출 증가세가 8개월 연속 유로존보다 더뎠다"며 "브렉시트가 영국의 경제 회복을 지연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에란 톰프킨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며 "구인난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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