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공동구매를 빙자한 사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저렴한 물건부터 팔기 시작해 소비자 신뢰를 얻은 뒤 “고가 제품을 싸게 판다”며 돈을 가로채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피해 금액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만큼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엣지베베’ 등 10개 공동구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2019년 초부터 작년 12월까지 약 470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로 20~30대 일당 14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사이트 운영 총책임자 박모씨(34)와 중간간부인 김모씨(26)·서모씨(33) 등 3명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공동구매장 A씨에 대해서도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경찰은 범죄수익 1800억여원에 대해 1차 몰수보전을 신청했고 추가 몰수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 피해자는 2만2000여 명에 달한다.이들은 먼저 주문한 고객의 물건 대금을 나중에 주문한 고객의 돈으로 메우는 ‘돌려막기’ 방식을 사용했다. 초기에는 유아용품과 생필품 등 저렴한 물건을 팔았다. 고객 숫자가 늘면서 “골드바 등 고가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속였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썼다. 배송이 늦어질수록 그에 대한 보상으로 높은 할인율을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초기 구매자가 SNS에 “물건을 정상적으로 받았다”는 후기를 남기도록 유도해 나머지 소비자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고객은 회원 자격을 박탈해 의심이 퍼지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했다.
이들은 “골드바, 상품권 등을 공동구매로 시세보다 최대 50% 싸게 살 수 있다”고 피해자를 속였다. 운영 초기에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보내주면서 신뢰를 쌓았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배송 지연에 따른 보상안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50% 할인 상품은 할인율이 높은 만큼 입금 날짜로부터 6개월 후 배송을 시작하는데, 물건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정상가로 환불해 주겠다고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앞서 2019년 ‘우자매맘’ 카페 운영자 조모씨는 공동구매로 650여 명에게 1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조씨는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SNS가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아니어서 사기 예방과 피해자 구제가 쉽지 않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우정 인사이트파트너스 법무법인 변호사는 “SNS를 통해 이뤄지는 개인 간 전자상거래는 쇼핑 플랫폼을 통한 거래보다 추적하기 어렵고 피해자 구제도 힘들다”며 “SNS 공동구매는 오프라인 거래보다 다수에게 접근하기 쉬워 이를 활용한 사기 범죄가 더 활성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누릴 수 없는 큰 할인에 현혹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포장지 효과’라고 부른다”며 “큰 할인율을 무작정 믿지 말고 본인이 따로 검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