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유리 건물·잔디광장·놀이터…다닥다닥 아울렛의 틀을 깼다

입력 2021-08-31 17:45   수정 2021-09-01 00:42


백화점과 명품 아울렛 입점은 브랜드의 명예였다. 요즘엔 이런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소위 ‘핫한’ 브랜드들은 오히려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는 걸 훈장으로 여긴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담기엔 대형 유통 매장은 비좁다고 생각해서다. 백화점, 아울렛 상품기획자들이 전국 인기 브랜드와 맛집을 입점시키기 위해 삼고초려도 불사해야 하는 시대다.

오는 10일 경기 의왕시에 문을 여는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는 ‘공간의 혁신’으로 이를 극복했다. 독창적 브랜드를 ‘여럿 중 하나’로 만드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 유리로 만든 개별 상점 10동이 들어선 형태로 공간을 조성했다. 건폐율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건축비는 두 배 높아졌지만 롯데는 과감하게 ‘비움’을 택했다.
자연 강조한 식물원 같은 아울렛
31일 방문한 타임빌라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글래스빌’이다. 마치 식물원 같은 개별 유리 건물이 10동 들어서 있다. 거대한 저층 콘크리트 건물의 연결인 기존의 아울렛과 확연히 다르다. 색다른 공간 설계에 매료돼 강원 춘천의 인기 카페 ‘감자밭’, PXG 골프의 플래그십 매장 등 콧대 높은 브랜드들이 줄 지어 입점을 결정했다.

‘비움의 공간’은 스타트업 공간기획사인 글로우서울의 유정수 대표(사진) 작품이다. 서울 익선동을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연출해낸 주인공이다. 왜 이런 공간을 설계했을까.

유 대표는 “똑같은 면적의 매장 10개를 한 건물 안에 넣는 것과 각각 개별 건물에 넣는 것은 소비자의 체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효율은 전자가 훨씬 좋지만 따로 짓게 되면 소비자들은 ‘롯데 아울렛’에 방문한 게 아니라 해당 브랜드 10곳을 각각 방문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유 대표는 “전자는 소비자가 지루하다는 뜻이고, 후자는 차별화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설계 초반 롯데쇼핑에서도 이런 공간 배치에 반대가 적지 않았다. 비용이 늘어나는데도 공간 ‘효율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백화점과 카지노의 공통점은 창문과 시계가 없다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효율 자체의 의미가 없는데 언제까지 기존 설계 문법을 따라 쓸 것이냐는 논리로 경영진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쇼핑에 예술·문화 입힌 타임빌라스
타임빌라스는 롯데쇼핑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프리미엄 아울렛이다. 의왕점 대신 처음으로 고유의 이름을 부여했을 정도로 차별화를 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글래스빌뿐 아니라 나머지 공간 또한 놀이, 체험, 문화 공간을 배치해 관광과 쇼핑을 조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쇼핑 건물 앞에 조성된 스케이트보드장에는 예술을 입혔다.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구정아 작가에게 스케이트보드장 기획을 맡겼다. 스케이트보드장 설치에만 수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입구로 들어가면 마주하는 1000㎡ 규모 대형 광장 천장은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유리돔을 얹었다. 광장을 벗어난 부분에도 개폐식 유리 천장을 설치해 날씨가 좋으면 맑은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대형 놀이터도 과감하게 배치해 부모들을 배려했다. 청주에서 인기를 모은 서점 ‘휘게문고’도 입점한다. 차별화된 공간과 분위기로 입소문을 탄 서점이다. 서울 잠실에서 빠르면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접근성과 바라산, 백운호수를 끼고 있는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것도 장점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서점 하나도 효율성보다는 차별성을 생각하며 배치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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