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대리점장 극단 선택…"노조 파업·집단 괴롭힘 못 견디겠다"

입력 2021-08-31 22:05   수정 2021-08-31 22:55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던 점장이 ‘택배노조의 불법 파업과 집단 괴롭힘을 견딜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31일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에 따르면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장 이모씨(40)는 지난 30일 배송 중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이씨의 옷 주머니에서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그들(조합원)의 집단 괴롭힘과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으로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대리점 소장을 파멸시키겠다는 집단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게 이들이 원하는 결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너무도 억울하다”고 써 있었다.

해당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배송기사는 17명으로, 이 가운데 12명이 택배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들이 지난 5월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진행하지 않는 등 집단행동을 지속하고 대체배송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배송기사와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협박 등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씨는 유서에 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12명의 이름을 적기도 했다.

대리점연합은 “이씨가 택배노조의 불법 파업과 협박, 명예훼손 등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고인과 친분이 있던 한 대리점장은 "장기대리점에 매일 물품이 1.5~2톤씩 쌓여있던 것을 봤다"며 "대부분 노조가 처리하지 않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단가가 안나가는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쌓여있는 택배들은 모두 점장의 몫이어서 업무 과중이 심각했을 것"이라며 "평소 활발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지만 노조가 생긴 이후부터 많이 힘들어했다"고 덧붙였다.

대리점연합 관계자는 “고인은 조합원들이 쟁의권도 없이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신고하는 등 도움을 요청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고인과 유가족 뜻에 따라 해당 조합원의 만행을 밝히고 처벌이 내려지도록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노조의 만행을 방조하지 말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이씨와 노조의 갈등은 수년 동안 지켜지지 않은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원청(CJ대한통운)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약관을 위반하면서까지 물품 배송을 계약하고, 노조가 시정을 요청하면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리점연합회의 주장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고 있으며 자체 조사를 통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현재 상중인 관계로 불법 파업 등 진위를 다투는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포=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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