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우 안심 ‘투뿔(1++)’의 100g당 소매 가격(지난달 31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은 1만6990원이다. 2년 전과 비교해 36.8% 올랐다. 1등급 안심은 같은 기간 무려 73% 급등했다. 등심, 채끝 등 소비자가 주로 찾는 한우 선호 부위도 대부분 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우 시장의 ‘부위 차별’을 깨기 위해 이마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5년간의 숙성 시험을 거쳐 홀대받던 부위의 재조명을 시도하고 있다. 보섭살, 앞다리 뭉칫살 등 국거리·불고기용으로 쓰이던 비선호 부위를 정교한 숙성 기술을 통해 스테이크 등 구이용으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마트가 고기 숙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홍성진 이마트 미트센터장은 소비 트렌드를 공부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의 SNS를 보다가 무릎을 쳤다. “스테이크 맛집을 다녀온 사진을 많이 올리더라고요. 한우 소비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걸 직감했죠.”처음엔 건조 숙성(드라이에이징)에 도전했다. 국립축산과학원 조수현 박사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며 테스트를 반복했다. 홍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도축 후 48일이 지났을 때 맛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수율이 55%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표면 색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를 떼내야 해서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게 단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마트 정육센터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실마리는 온도에서 나왔다. 목표 온도 0도를 유지하는 저장고에서 진공 상태로 포장된 한우를 15일 숙성했더니 유리아미노산 등 고기의 맛을 높여주는 정미 성분이 적절히 나왔다. 드라이 숙성에서 웻(wet) 숙성으로 방향을 전환한 순간이다. 홍 센터장은 “-1~1도로 온도를 유지하는 일종의 저온 숙성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시행착오 끝에 저온 숙성 한우가 가장 맛있는 시점은 도축 후 21일이라는 게 홍 센터장이 찾아낸 한우 맛의 열쇠다.
축산물 유통 플랫폼인 미트박스를 운영하는 김기봉 대표는 “투뿔로 지칭되는 최상급 한우는 소위 녹는 맛이라고 부르는 정미 성분이 충분히 많기 때문에 굳이 숙성할 필요 없이 도축 후 빠른 시간 안에 육향을 느끼며 먹는 게 좋다”며 “오히려 2등급이나 1등급 한우에서 숙성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숙성 실험은 매출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6월 대형마트 최초로 내놓은 ‘웻에이징 보섭살(1등급) 큐브 스테이크’가 대표적이다. 등심과 채끝 스테이크보다 가격이 40% 저렴한데 맛은 투뿔 못지않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출시한 지 두 달 만인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2t이 팔렸다. 이마트 숙성 한우 매출은 2016년 10억원에서 작년엔 134억원으로 4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누적 매출이 8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이 늘자 이마트는 지난해 숙성고 면적을 기존 152㎡에서 354㎡로 대폭 넓혔다. 연간 숙성 한우 생산 능력은 408t에서 1056t으로 확대됐다. 홍 센터장은 “숙성 한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수록 특정 부위와 등급의 과수요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한우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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