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설립된 와코루는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의류 전문 기업입니다. 1990년대까지 백화점과 할인점 등지에서 여성 언더웨어를 판매하며 급격히 규모를 키웠습니다.하지만 수년 전부터 2030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발길을 끊어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젊은 고객들이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신체 정보를 점원과 나누길 꺼려 했기 때문입니다. 위기의 와코루에게 인공지능(AI) 기술은 구원투수가 됐습니다. 와코루가 2030 고객을 공략한 ‘AI 피팅’ 비결을 소개합니다.
3D 스캐너는 20개 소형 센서가 부착된 장치가 몸 구석구석을 살핍니다. 측정 시간은 단 5초입니다. 전면부 디스플레이는 가상 입체 모델이 신체를 표현해줍니다. 여기서 AI는 고객 신체 정보를 분석해 상품군 300종류 중 최적의 속옷을 찾아냅니다. 인체를 150만 개의 점 형태로 쪼갠 뒤 취합한 데이터가 기반입니다.
AI는 3D 스캐너를 ‘지능화 장비’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가슴 윤곽·가슴 좌우 사이 거리 등 세밀한 체형 특징까지 잡아냅니다. 단순한 컴퓨터 측정 장비가 아닌 셈입니다. 디자인이나 실루엣까지도 AI가 직접 고려해 줍니다. 고객이 점원을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산 히로 와코루 집행임원은 “매장 판매원에게 속마음을 말할 수 없는 손님이 AI 무인 측정이나 아바타를 통해 스트레스 없이 속옷을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젊은 고객을 뺏긴 와코루는 AI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섰습니다. 와코루 인간과학연구소는 매년 여성 신체 부위 약 160곳을 수작업으로 계측하고 있습니다. 4~69세 여성 1000명이 대상입니다. 이미 확보해둔 자료를 합치면 총 인원 데이터가 4만5000여 명에 이른다는 설명입니다. 와코루는 이를 통해 AI 모델을 고도화시킬 계획입니다.
AI로 잉여 재고를 줄이는 방안도 확대합니다. 와코루는 올해 사용자 신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대별 최적화 상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이를 통해 60가지 보유 브랜드 중 30%를 줄일 예정입니다.
국내 대표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로는 '비너스'를 만드는 신영와코루와 비비안 등이 있습니다. 이중 신영와코루는 일본 와코루가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속옷 구매의 민감성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비슷합니다. 조만간 국내 시장에서도 와코루의 3D 스캐너가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