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값 오른 건 언론 탓"이란 국토연구원…정치조직인가

입력 2021-09-02 17:25   수정 2021-09-03 06:46

서울, 특히 강남 3구의 집값이 급등한 건 언론 보도의 영향이 크다는 국토연구원의 논문(‘주택거래가격 결정에 대한 행동경제학적 이해’)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주택가격 결정에는 사람들의 심리, 특히 미래 가격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데 “집값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언론 보도가 집값 상승 심리를 부추겨 가격을 크게 올렸다는 것이다. 논문은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집값이 최고가를 경신한 사실 자체보다도 이를 보도한 언론기사가 집값 급등의 주범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논리도 타당성도 결여한, 기가 막힌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수요와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다. 물론 최근 행동경제학 등에서 사람들의 심리, 특히 미래의 기대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만으로 가격 급등을 설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미래 가격에 대한 기대는 언론 보도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경기, 금리 등 수많은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언론 보도만을 콕 집어 이것이 미래 가격 기대를 높였고 그 결과 집값이 급등했다는 주장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다.

‘깨끗한 내 집’ 수요는 계속 느는데 온갖 규제로 신규 주택 공급을 틀어막은 게 집값 급등의 주범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단순 주택보급률 등을 앞세워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계속 밀어붙인 게 정부·여당이다. 집값이 계속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왜 집값이 치솟았는지는 면밀히 따지지도 않고 그런 사실을 보도한 언론이 집값을 부추겼다고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

논문으로서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억지 주장을 다른 곳도 아닌 국책연구원이 이 시점에 버젓이 공개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정권 비판을 막으려고 ‘언론재갈법’을 밀어붙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까지 제동을 걸자 ‘잘못된 건 다 언론 탓’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입법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토연구원은 연구원인가 정치조직인가?”라는 항간의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논문은 국토연구원의 이름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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