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논리도 타당성도 결여한, 기가 막힌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재화의 가격 결정에 수요와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다. 물론 최근 행동경제학 등에서 사람들의 심리, 특히 미래의 기대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만으로 가격 급등을 설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미래 가격에 대한 기대는 언론 보도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경기, 금리 등 수많은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언론 보도만을 콕 집어 이것이 미래 가격 기대를 높였고 그 결과 집값이 급등했다는 주장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다.
‘깨끗한 내 집’ 수요는 계속 느는데 온갖 규제로 신규 주택 공급을 틀어막은 게 집값 급등의 주범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단순 주택보급률 등을 앞세워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계속 밀어붙인 게 정부·여당이다. 집값이 계속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왜 집값이 치솟았는지는 면밀히 따지지도 않고 그런 사실을 보도한 언론이 집값을 부추겼다고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
논문으로서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억지 주장을 다른 곳도 아닌 국책연구원이 이 시점에 버젓이 공개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정권 비판을 막으려고 ‘언론재갈법’을 밀어붙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까지 제동을 걸자 ‘잘못된 건 다 언론 탓’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입법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토연구원은 연구원인가 정치조직인가?”라는 항간의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논문은 국토연구원의 이름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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