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경험 없는' 투자본부장 선임…금융위·산은 "우리도 몰랐다"

입력 2021-09-02 17:28   수정 2021-09-03 10:25

“이건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판 뉴딜펀드’(20조원 규모)의 운용을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2본부장에 펀드매니저 자격증도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 인사가 선임되자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의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과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조차 ‘낙하산 인사’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뉴딜펀드가 문재인 대통령의 역점 추진 사업인 만큼 철저하게 현장 전문가 위주 인사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차기 정권에서 흐지부지될 가능성만 높일 것이란 지적이다.
文 대통령 역점 사업인데…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표한 뉴딜금융 지원방안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정부 예산(3조원)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4조원)을 합쳐 총 7조원의 모펀드를 조성하고 여기에다 민간자금 13조원을 매칭해 총 20조원의 자펀드가 결성된다. 이 펀드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나뉘어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 집중 투자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의 출자로 2016년 설립돼 그동안 성장사다리펀드 등을 조성, 운용해온 한국성장금융이 이 같은 뉴딜펀드의 운용 총괄 책임을 맡았다. 한국성장금융은 이를 위해 최근 기존 투자운용본부에서 뉴딜펀드 운용 기능을 떼어내 투자운용2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기존 투자운용본부를 이끌었던 서종군 전무는 1본부장으로 이동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2본부장에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선임된 것이다.

황 전 행정관은 조국 전 민정수석과 함께 2019년 3월까지 일한 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로 옮겨 현재까지 재직해 왔다. 2년 임기를 약 반년 남겨뒀지만 한국성장금융 이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성장금융 내부에서조차 이번 인사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백 번 양보해 유암코 감사는 직접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낙하산으로 오더라도 큰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투자운용본부장은 뉴딜펀드 운용을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인데 관련 경력은 물론 자격증도 없는 인사가 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이 바뀌면 가뜩이나 사업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문제가 될 텐데 이런 낙하산 인사로 제대로 된 성과가 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한국성장금융 측은 “투자운용2본부에선 뉴딜펀드 외에 기업구조혁신펀드 등 공공 자금 위주의 펀드가 주된 운용 대상”이라며 “황 전 행정관은 지난 1년여간 유암코 감사로서 기업 구조조정 관련 경험을 충실히 쌓았기 때문에 단순 낙하산 인사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도 몰랐던 밀실 인사
이번 인사에 대해 주무부처인 금융위조차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한국성장금융 측과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었다”며 “인선 배경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성장금융의 주요 주주인 산업은행 측도 “주주서한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인사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성장금융은 “대표도 아니고 본부장 인사를 시시콜콜 금융위에 사전 보고하지는 않는다”며 “특히 이번 안건 자체가 주총 의결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최종 확정된 것도 아니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말로 가면서 금융권 전반에 이런 낙하산 보은 인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정소람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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