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나도 BTS"…'방탄 성지'된 해변과 숲 [고두현의 문화살롱]

입력 2021-09-03 17:32   수정 2021-09-04 00:14


방탄소년단(BTS)이 가는 곳엔 늘 팬클럽 아미(ARMY)가 있다. 아미의 발길이 잦아지면 그곳에 길이 생긴다. 그 길을 따라 함께 걷는 순례객이 늘어나면 이른바 ‘BTS 성지(聖地)’, ‘방탄 명소’가 탄생한다. BTS의 뮤직비디오와 화보 촬영지, 좋아하는 장소, 어릴 때 놀던 공원도 순례지가 된다. 이를 활용한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마케팅 열기까지 뜨거워지고 있다.

요즘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강원 삼척의 맹방해수욕장이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3월 ‘버터’ 앨범 재킷 사진을 여기에서 촬영했다. ‘버터’가 빌보드 차트 1위를 달리는 동안에도 아직 가 보지 못한 사람이 많아 ‘방탄 투어’ 코스 중 최신 명소로 불린다.

얼마 전 삼척시가 BTS 화보에 등장한 비치발리볼 세트를 복원하면서 화려한 파라솔과 선베드, 비치발리볼 네트 등을 갖춘 포토존까지 마련했다. 이곳을 비롯해 방탄 멤버들이 화보 촬영 영상에서 언급한 삼척항 대게거리, 초곡 용굴 촛대바위,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를 엮은 ‘스탬프 투어’도 등장했다.


외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은 강릉 주문진에 있는 ‘BTS 버스 정류장’이다. 해외 팬들이 ‘가보고 싶은 방탄소년단 관련 여행지’ 1위(2019년)로 꼽은 명소다. 강릉시가 ‘유 네버 워크 얼론’ 앨범 재킷 촬영지인 이곳에 사진 속의 버스정류장 세트를 그대로 재현해놨다.

정류장에 버스가 서는 건 아니고, 인증샷만 찍을 수 있지만 찾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멤버 단체 사진과 노래 제목으로 만든 버스 운행 안내도가 붙어 있고 바로 앞에는 휴대폰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 푸른 바다와 정류장을 배경으로 방탄소년단 흉내를 내기에 딱이다.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은 멤버 지민이 V로그 영상을 담아간 일몰 명소다. 부산이 고향인 지민과 정국의 흔적을 찾아가는 ‘BTS 순례 코스’가 부산시민공원·부산시립미술관·파크하얏트·광안대교 등과 함께 연결된다.

경기 양평의 옥산 기슭에 있는 서후리숲은 ‘2019 BTS 시즌 그리팅’ 화보 촬영지로 유명하다. 미끈하게 뻗은 자작나무 숲에서 멋진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다. 전북 완주 소양면 해월리에 있는 높이 33m의 빨간 ‘산속 등대’도 숨은 명소다. 등대는 옛 제지공장 굴뚝에 새 디자인을 입힌 것이다. 인근 종남산 자락의 한옥인 아원(我園) 고택 역시 바캉스 콘셉트의 ‘2019 서머 패키지’ 화보 촬영 이후 인기를 끌고 있다.

뮤직비디오 ‘봄날’에 나오는 경기 양주 일영역과 화성 우음도, ‘에필로그: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충북 제천 모산 비행장, ‘대취타’ 촬영장인 용인 대장금파크, 복고 의상을 입고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펼친 에버랜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성장 자취가 묻어 있는 곳도 눈길을 끈다. 대구 달성공원은 뷔가 어릴 때 놀던 장소다. 팬들은 뷔가 태어난 비산동을 ‘뷔산동’이라 부른다. BTS 멤버 진이 바다낚시를 즐기는 경기 안산 탄도항도 명소가 됐다.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즐겨 찾았던 서울 논현동의 밥집 ‘유정식당’에는 벽면과 메뉴판 곳곳이 BTS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방탄비빔밥’으로 불리는 ‘흑돼지 돌솥비빔밥’이 대표 메뉴다.

최근에는 팀 리더인 RM의 고향 경기 고양 일산에 그의 얼굴과 고양이 캐릭터로 건물 벽면을 가득 채운 벽화가 등장했다. 고양시가 팬클럽과 협력해 일산동구 고양관광정보센터 건물 벽면에 가로 18m, 세로 12m의 대형 벽화를 그리고 있다. RM 생일인 내달 12일 완성될 예정이다.

지난 1일 개통된 서울 월드컵대교(상암동~양평동)도 ‘방탄다리’로 불린다. 미국 NBC의 인기 TV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을 통해 ‘버터’ 무대가 소개되면서 다리가 개통되기도 전에 세계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장소는 우리 내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미학과 상상의 원천을 ‘내면의 또 다른 방’에 비유한 것처럼 ‘BTS 성지’도 그런 공간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비틀스·아바·엘비스 찾는 순례객도 여전
英 비틀스 전시관 年 30만명 찾아
비틀스 고향인 영국 리버풀의 ‘비틀스 스토리’ 전시관에는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몰린다. 초기 공연 장소인 ‘캐번 클럽’ 방문객은 이보다 세 배나 많다. 조각가 앤디 에드워즈가 제작한 12t 무게의 비틀스 동상,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어린 시절 집을 찾는 순례객까지 합치면 연간 200만 명이 넘는다.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 앞 횡단보도에도 앨범 ‘애비로드(Abbey Road)’ 표지를 흉내 내며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아바(ABBA) 팬들은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달려간다. 이들은 ‘박물관의 섬’으로 불리는 유르고르덴 지역의 ‘아바 박물관’과 페리를 타고 아바 노래를 들으며 옛 자취를 더듬는 ‘아바 보트 관광’, 영화에 등장하는 셰러턴호텔 등을 찾아 추억의 선율을 나눈다.

20세기 미국 최고 대중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이 있는 멤피스에도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모인다. 테네시주 미시시피 강변에 있는 그의 집 그레이스랜드는 ‘미국을 상징하는 최고의 관광명소’ 1위(2013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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