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다음은 카카오 갑질방지법"?…정치권 규제 칼 빼드나

입력 2021-09-08 15:49   수정 2021-09-08 17:08


카카오의 사업 확장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이 플랫폼 대기업 독점 규제에 대한 입법 움직임을 보였다. 계류 중인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카카오, 네이버 등 이른바 'IT 공룡'의 무한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서 카카오 사업 확장, 성장 방식 문제 제기
8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송갑석,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최근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여당 의원들이 특정 기업을 저격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정치권에서 카카오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소 사업자와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성장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실제로 카카오의 계열사는 2015년 45개에서 올 상반기 기준 158개(해외법인 포함)로 급상승한 상황.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등 대부분 소상공인의 영역에서 낮은 수수료로 경쟁사를 몰아내고 이후 독점적 위치를 활용해 플랫폼 수수료와 이용 가격을 인상하는 정책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토론회에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의 사례발표를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와 플랫폼 관련 법률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발제를 맡은 서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카카오는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카카오 생태계'라 불릴 만한 서비스 군을 형성 중"이라며 "압도적 접근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영역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의 승자독식을 견제하고 카카오를 비롯한 대기업 온라인 플랫폼과 골목상권 생태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플랫폼 기업들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변호사는 또 "모두가 플랫폼을 거쳐야 한다면 거래 비용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며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손실을 소비자, 종사업자, 입점업체 등 플랫폼 이용자 모두에게 떠넘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격의 부당한 결정행위 또는 중개용역 제공의 부당한 조절행위에 해당하는지 정부가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 낳아"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국정감사 핵심 안건으로 '플랫폼 경제'를 선정하고 시장 지배력 남용 등에 대해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토론회에서 송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는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고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며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무자비한 사업확장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고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들이 대거 발의된 상태.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이다.

두 법안은 각각 지난해 12월, 올 1월 발의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위 간 중복 규제·규제관할권 다툼 문제로 논의가 중단됐다. 그러나 민주당과 정부가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안, 의원입법안까지 총 7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이 계류 중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토론회 축사에서 "카카오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 문제가 숨어 있다"며 "상생과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포용적인 플랫폼 조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플랫폼 대기업은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문어발식 확장에 몰두하고 있는데 카카오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며 "입점 업체에 대한 지위 남용과 골목 시장 진출,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까지,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을 넘어섰고 카카오 창립자인 김범수 의장은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주식 부자가 됐다"며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카카오가 불과 5년 만에 삼성, LG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이 있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며 "(카카오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영세상인의 어려움은 더 가중됐고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계열사의 연이은 상장으로 카카오 그룹은 계열사 수나 시가총액 규모로 한국의 3대 대기업 수준을 넘보고 있다"며 "이제는 커진 규모만큼 기존 산업과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소비자 편익 증대 측면은 보지 않고 정치권이 직접 나서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시장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 측은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시장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의 목소리에 계속 귀 기울이고 상생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사업 확장 견제는 예정된 수순"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쇼핑, 웹툰, 보험, 금융, 게임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변화했다. 퀵서비스, 꽃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같은 분야까지 진출했다. 카카오는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했다는 입장이다. 택시·퀵서비스·대리운전·은행 같이 모바일 이용이 불편했던 영역에 진출해 간단한 조작과 직관적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혁신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간과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카카오의 확장 전략은 기존 시장에 진입한 다음 무료 이용으로 경쟁자를 제친 뒤 가격과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뒤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다. 미용실 분야도 마찬가지다. 카카오가 2016년 출시한 미용실·네일숍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숍도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수차례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중소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카카오는 계열사를 상장해 조달한 자금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투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웹툰 등 상장을 앞둔 계열사가 다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카카오의 사업 영역 확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 정치권의 견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면서 "최근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이 통과되면서 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칼날이 국내 업체를 향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카카오 갑질방지법'으로 카카오가 첫 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어 "'잘 만든 플랫폼이 최고의 사업'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플랫폼 사업 시스템에 대한 높은 과세가 논의될 수도 있다"며 "카카오가 자신들의 플랫폼을 해외로 진출시킨다면 '혁신'이 되겠지만 국내에서 확장한다면 혁신이 아닌 '과욕'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라고 짚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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