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놈'에만 몰리는 시장…'믿을 놈'은 친환경이다

입력 2021-09-10 17:16   수정 2021-09-10 23:37

투자자 A씨는 답답하다. ‘잘 모를 땐 최고 우량주가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삼성전자에 투자했다. 올해 초엔 주가가 10만원을 넘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 후로 줄곧 내리막길이다.

B씨는 상황이 더 나쁘다. 오르는 것을 팔아서 빠진 것을 사볼까 하는 요량으로 과감하게 종목을 갈아탔다. 그런데 웬걸. 판 종목은 뛰고 산 종목은 떨어지면서 이중으로 손해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끌어안고 있다.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으로 시가총액 1, 2위 종목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수가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규제 이슈가 불거져 시장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펀드매니저 C씨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규제 이슈는 시장이 좋으면 묻혀서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 더 부각되고 있다”며 “지금은 가는 놈만 가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상승 추세로 접어들고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는, 다시 말해 ‘사이클’이 바뀌는 혼돈의 시기라서 될 종목에만 매수세가 집중되는 ‘종목 슬림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B씨처럼 엇박자를 내면 큰 낭패를 본다. C씨는 과거 기준으로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데 주가가 이렇게 빠졌으면 사볼 만한 것 아니냐’는 판단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종목이 과거에 주가가 얼마였는데’라는 생각으로 덤비지 말라는 얘기다. 예전엔 주가수익비율(PER) 수십 배를 쳐주다가 지금은 그 절반도 안 쳐주는 종목이 많아서다.

C씨는 개인투자자는 단순히 과거와 현재 주가만 비교해서 싸다고 판단하기 쉬운데 ‘역(逆)기대감’이 만들어진 종목들은 가격만 보고 덤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기대감의 대표적 사례로 엔씨소프트와 아모레퍼시픽을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9일 52주 신저가를 작성했다.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없었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실적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 C씨는 “예전에는 중국 실적 기대로 PER 수십 배가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당시의 3분의 1도 안 되는 PER을 적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차전지, 태양광, 수소 등 친환경 관련 종목들은 역기대감 종목들과 정반대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친환경이 종목 슬림화의 타깃으로 부상한 것이다. 지수가 별 볼 일 없는 상황이다 보니 ‘될 놈’으로 꼽히면 그 종목들에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양상이다.

에코프로비엠이 대표적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100% 넘게 뛰었다. 지난 9일엔 SK이노베이션에 3년간 약 10조1000억원 규모의 2차전지 소재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하면서 장중 40만원을 찍었다.

태양광 종목 OCI는 지난달 23일부터 40% 뛰었다. 친환경이 단기로 끝날 테마가 아니라는 판단이 이런 급등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미국 민주당 정권을 비롯한 각국이 탄소배출을 막는 친환경에 힘을 쏟고 있어서 친환경은 현재 증시에서 가장 확실한 재료”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친환경이 꺾인다면 다른 종목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투자자라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일정 부분을 친환경으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 줄이기가 그야말로 대세이고 그래서 친환경 종목이 유망하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무리 유망한 종목이라도 얼마의 수익을 얻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친환경 투자에선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다가 큰 기회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조언도 나온다. 조금 올랐다고 냉큼 팔아버리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 얘기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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