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에 1천억 썼지만…기간제 되레 늘어

입력 2021-09-12 17:26   수정 2021-09-17 17:50

정부가 정규직 전환 지원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세금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지원 예산만 받아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사업 성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예산만 낭비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정규직 근로자로의 전환에 따른 세액공제 심층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관련 사업에 투입한 재정은 713억원에 이른다. 올해 예산(326억원)을 고려하면 1039억원에 달한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및 파견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할 경우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2008~2009년 일시적으로 운용한 뒤 폐지했다가 2014년 재도입했다. 투입 재정은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25억원에서 2018년 143억원, 2019년 266억원, 2020년 318억원 등이다.

이는 매년 공제 금액을 크게 높인 영향이다. 2014년 1인당 100만원, 2015년엔 200만원을 공제해줬지만 2017년부터 700만원으로 크게 높였다. 중견기업도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500만원의 공제액을 설정했다. 이는 2018년 한 차례 더 높아져 현재 중소기업은 정규직 전환자 1인당 1000만원, 중견기업은 700만원을 공제해주고 있다. 연구원은 이 같은 정책에 힘입어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 수를 2016~2019년 4년간 7068명으로 추산했다.

7000여 명이 정규직으로 바뀌었지만 전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는 것이 연구원의 평가다. 연구원은 고용 규모 5~299인 기업에서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어떤 변화를 나타냈는지 분석했다. 2015년 8.7%에서 2016년 9.3%, 2017년 10.3%, 2018년 10.7%, 2019년 9.7% 등이었다. 연구원은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4년간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8.7%에서 9.7%로 높아진 것이 눈에 더 띈다.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가 도입된 이후 기업들이 이를 노리고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기간제 근로자 채용을 늘렸을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이 같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아무런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재정을 1000억원 넘게 투입하고도 정규직 비중은 늘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의 세액공제 관련 자료를 보면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를 2회 이상 받은 기업이 많았다.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 신청 기업과 미신청 기업의 1인당 월평균 급여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전환은 됐지만 급여는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제도의 중복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안정 사업 중 정규직 전환지원금 제도와 겹친다는 것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다만 최근 해당 지원금제도의 규모 축소로 중복성 문제는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원은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의 효과성과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 시 제도 목적을 달성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를 신청할 때 해당 기업의 정규직 근로자 비중 등을 파악해 세액 공제 이후 비중이 늘지 않은 경우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제도를 일시적으로 운영해 도덕적 해이를 막자는 의견도 내놨다. 매년 조세 감면이 연장되다 보니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린 후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를 받는 식으로 고용 행태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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