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대표 항공사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21-09-12 17:26   수정 2021-09-12 23:59

항공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신생사의 연이은 시장 진입으로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는 이제 9개로 늘었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단거리 시장의 반대쪽에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통합 대한항공’이 출현할 예정이다. 인수합병(M&A)이 빈번했던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대형사 간의 빅딜이 우리에겐 생소하다. 장거리 노선에서 단일 항공사 체제로 바뀌면 소비자의 후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거대 항공사의 출현에 따른 궁금증은 항공운송업의 특성과 글로벌 업계의 흐름에 답이 있다.

공급력을 키워 가격을 내리는 전략은 네트워크 사업에서 효과가 더 크다. 대량화가 되면 일정 수준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달성된다. 항공운송업은 수요가 변할 때마다 공급력을 조절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항공사의 수익모델이 규모의 경제보다도 ‘밀도의 경제’로 설명되는 이유는 비용구조 때문이다. 항공기는 움직일 때마다 연료비와 착륙료, 승무원 인건비와 정비유지비, 감가상각비나 리스료 등 많은 고정비가 발생하는 반면 기내식과 지상조업, 마일리지 제공 등 변동비의 비중은 낮다. 팔지 못한 좌석을 재고로 남기지 못하는 게 서비스상품이다.

좌석의 공급은 소비자 편익과 직결된다. 운항의 밀도를 촘촘하게 하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이득을 본다. 운항 빈도와 탑승률을 높이고 연결편을 늘리면 항공사는 편당 고정비를 절감한다. 고객은 늘어난 스케줄과 노선만큼 원하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고, 남는 좌석을 할인된 운임으로 구매할 기회도 늘어난다. 메이저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좌석을 파는 건 바로 밀도의 경제를 달성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사업에선 ‘범위의 경제’도 시너지를 발휘한다. 거점을 두고 노선을 운영하면 지점 간을 취항할 때보다 비용이 절감된다. 업계에 허브-스포크 노선망이 보편화된 건 자사 항공편의 환승으로 고정비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휴그룹이 스타얼라이언스와 원월드, 스카이팀으로 묶인 것도 자원의 공유로 노선의 밀도를 높이고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다. 이들 3대 그룹에 끼지 못하는 항공사는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장거리 노선에서 독점이윤은 가능할까. 여기엔 소비자의 넓어진 선택폭이 있다. 80여 개 항공사가 세계 170개 넘는 도시를 연결하는 인천공항에서도 업계 경쟁은 뜨겁다. 새로운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운임부터 검색하고 한 번의 클릭으로 모든 여정의 좌석을 구매한다. 허브공항에선 국적사의 프리미엄도 작용한다. 애틀랜타, 프랑크푸르트, 두바이 공항에 각각 거점을 둔 델타와 루프트한자, 에미레이트항공은 60%가 넘게 공급력을 점유하고, 아메리칸항공은 댈러스 공항의 슬롯 85%를 쓴다. 두 항공사의 슬롯을 합해야 40%에 불과한 인천공항에선 국적사의 지위가 오히려 약하다. 넓은 자국의 시장에서 메이저급 3사를 둔 미국과 중국, 2사를 둔 일본을 빼곤 장거리 노선에서 1국 1사 체제가 정착된 건 국가대표끼리 경쟁하기 때문이다.

ATW가 ‘올해의 항공사’로 선정한 대한항공은 서비스와 안전성은 최고 수준이지만 항공기 대수와 직원 수가 세계 1, 2위인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의 5분의 1을 밑돈다. 여객 부문에서 세계 28위(IATA, 2019년 기준)에 불과한 건 운임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편익을 늘릴 여지가 많음을 시사한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제선이 닫힌 우리 업계와 달리 국내시장이 큰 메이저들은 자금과 기재 확충으로 체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일 유럽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카르스텐 슈포어 CEO는 코로나 위기가 끝나는 대로 항공업계 재편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M&A로 새 판을 짜야 하는 시기에 독과점 논의로 시간을 끄는 건 항공운송업의 특성과 업계의 흐름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속한 심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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