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전체 인구의 30%인 1억 명 이상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공화당 주지자들이 줄소송을 예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백신 접종 의무화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백신 접종 의무화는 불법"이라며 "조지아주는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연방 공무원과 의료계 종사자, 100명 이상 민간기업 직원 등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에는 건당 최대 1만36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반기'를 든 건 켐프 주지사뿐 아니다. 피트 리케츠 네브래스카 주지사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놀라운 침해"라며 "연방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지 선택을 의무화하는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독재적 조치"라고 비난했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다 주지사도 "사우스다코다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어설 것"이라며 "법정에서 보자"고 경고했다.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는 "이 행정부의 위헌적인 행정권 남용에 저항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할 준비를 해달라고 주 법무장관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사기업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할 테면 해보시라"고 맞받아 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자들은 백신 접종 의무화를 지지했다"며 "공화당 주지사들은 지역 사회와 아이들의 건강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우 실망했다. 우리는 현실과 싸우고 있으며 이건 게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 접종 의무화를 둘러싼 소송전에 불이 붙었다"면서 "과거 대법원 판례를 보면 백신 접종 의무화를 주장하는 쪽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905년 헤닝 야콥슨이라는 남성이 천연두 백신 접종을 거부하자 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보건위원회가 접종 명령을 내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야콥슨은 자신이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접종법은 과거의 일반적인 전염병 백신과 차이가 있다"(린제이 윌리 아메리칸대 로스쿨 교수)며 "과거와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 전역에서는 이미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뉴욕주의 루이스 카운티 종합병원은 오는 25일 출산 업무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의료진 27%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며 사직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주 윈체스터의 한 병원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한 간호사들이 저항의 표시로 해고를 택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기준 미국에서 2회차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전체 인구의 54.3%, 최소 1회 접종자는 63.7%다. 미국 CNN방송은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계속 확산하고 있다"며 "병원 중환자실은 코로나 감염자로 가득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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