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S는 가상 엔진음을 만들어내는 전장 기술이다. 전기차가 소음이 너무 적다 보니,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소음을 발생하는 장치를 제조한 것이다. 2019년 EU, 지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이어 올해 국내에서도 최소 배기음을 발생시키는 규정이 생겨났다. AVAS는 사운드 전자 칩과 음향 발생 관련 SW 기술이 집약된 첨단 장비다. 새로운 부품에 맞는 새 보안체계를 위해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체와 보안업계가 손을 맞잡는 사례가 생겨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3월까지 장거리 통신 해킹을 막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보안 솔루션 개발 역량을 보유한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나서 커넥티드카 시스템 ‘블루링크’ 등에 적용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화이트 해커’를 고용해 OTA 해킹 보안에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내부 움직임도 덩달아 활발해졌다. 연내 출시될 GV60 등 전기차 보안 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해커들에겐 고스란히 ‘공격 포인트’가 늘어난 셈이다. 파워트레인 분야 배터리시스템·충전부, 내장장치의 확장형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이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이 모두 타깃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테슬라가 열었던 보안 취약 점검 대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해커는 테슬라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를 2분30초 만에 해킹하며 완성차업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심각성을 예견한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기술 내재화 단계까지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회사 하만은 지난해 이스라엘 보안업체 타워섹을 흡수합병했고, 보안회사 에스크립트를 인수한 독일 보쉬는 자국 차량사물통신(V2X) 표준을 내놓고 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미래 전기차는 ‘이동형 컴퓨터’와 같다”며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내년도 자동차 보안 강화 규제를 시작하는 등 관련 제도도 늘고 있어 완성차 업체와 보안업계 협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보안 시장은 2019년 11억5270만달러(약 1조3500억원)에서 2030년 72억8020만달러(약 8조5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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