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컴퓨터' 전기차 보안 시장 잡아라

입력 2021-09-13 17:06   수정 2021-09-14 01:32

보안 역량이 강조되는 전기차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에 정보기술(IT)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첨단 소프트웨어(SW) 기술이 집약된 전기차는 전통 내연기관 대비 전장 부품 비중이 높아 보안 분야 새 먹거리로 불린다. 유럽연합(EU) 등 각국 규제 역시 차량 보안 성능을 따지는 형태로 마련되고 있어 시장 형성은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아이오닉 5, 보안 모듈 업고 달린다
13일 IT업계에 따르면, 보안업체 시옷은 지난 7월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부품 공급사와 하드웨어 보안 모듈 관련 공급 계약을 맺고 장비 테스트에 들어갔다. 어쿠스틱차량경보시스템(AVAS)에 적용되는 솔루션으로, 물리적 모듈을 설치한 뒤 무선통신으로 SW를 업데이트하는 기술인 OTA(over the air) 형태로 구현될 예정이다. 장치는 내년까지 테스트를 거쳐 2023년 1분기 아이오닉 5 등 현대차그룹 주요 전기차 차종에 적용될 계획이다.

AVAS는 가상 엔진음을 만들어내는 전장 기술이다. 전기차가 소음이 너무 적다 보니,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소음을 발생하는 장치를 제조한 것이다. 2019년 EU, 지난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이어 올해 국내에서도 최소 배기음을 발생시키는 규정이 생겨났다. AVAS는 사운드 전자 칩과 음향 발생 관련 SW 기술이 집약된 첨단 장비다. 새로운 부품에 맞는 새 보안체계를 위해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체와 보안업계가 손을 맞잡는 사례가 생겨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3월까지 장거리 통신 해킹을 막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보안 솔루션 개발 역량을 보유한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나서 커넥티드카 시스템 ‘블루링크’ 등에 적용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화이트 해커’를 고용해 OTA 해킹 보안에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내부 움직임도 덩달아 활발해졌다. 연내 출시될 GV60 등 전기차 보안 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기계 대체하는 전장…“보안은 핵심”
전기차 시대에 전장 부품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원자재 비용 중 기계 부품 비중은 2019년 84%에서 2025년 65%로 하락할 예정이다. 반면 전장 부품은 16%에서 35%로 증가할 전망이다. KOTRA 측은 “장기적으론 최대 70%에 달하는 부품을 전장이 대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커들에겐 고스란히 ‘공격 포인트’가 늘어난 셈이다. 파워트레인 분야 배터리시스템·충전부, 내장장치의 확장형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이나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이 모두 타깃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테슬라가 열었던 보안 취약 점검 대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해커는 테슬라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를 2분30초 만에 해킹하며 완성차업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심각성을 예견한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기술 내재화 단계까지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회사 하만은 지난해 이스라엘 보안업체 타워섹을 흡수합병했고, 보안회사 에스크립트를 인수한 독일 보쉬는 자국 차량사물통신(V2X) 표준을 내놓고 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미래 전기차는 ‘이동형 컴퓨터’와 같다”며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내년도 자동차 보안 강화 규제를 시작하는 등 관련 제도도 늘고 있어 완성차 업체와 보안업계 협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보안 시장은 2019년 11억5270만달러(약 1조3500억원)에서 2030년 72억8020만달러(약 8조5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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