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회사 대표 영입에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까지….’
보수적인 식품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산업뿐 아니라 외부 인재 영입조차 꺼리던 식품업계가 본업과 상관없는 영역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통 식품 제조에 머물다간 10년 뒤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SPC그룹은 본업인 식음료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핀테크, 플랫폼,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식품산업 바깥 영역의 스타트업이 SPC그룹과 함께 성장하면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선 SPC그룹이 조만간 CVC 설립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PC그룹 관계자는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추진하는 신사업을 그룹 내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올초 식품전략기획실 산하에 CVC 역할을 하는 ‘뉴 프론티어’ 팀을 신설하고 스타트업 발굴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그간 CJ그룹의 CVC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출자한 펀드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 지분 투자에 참여해왔다. 뉴 프론티어팀 신설은 이 같은 간접 투자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스타트업을 직접 찾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특히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해외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 프론티어팀 신설 이후 싱가포르의 배양육 기술 보유 기업 시오크미트와 이스라엘 배양육 전문 기업 알레프팜에 투자했다. 두 회사 모두 국내에선 아직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지만 향후 대체 단백질 시장을 이끌 유망 업체로 꼽힌다.
하이트진로는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에는 ‘나물투데이’라는 나물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엔티’에 지분을 투자했다. 하이트진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업체 ‘스페이스리버’와 스포츠퀴즈 게임사 ‘데브헤드’ 등의 지분도 확보했다.
하이트진로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인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매칭 펀드 방식으로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스타트업 엔젤 투자는 단순히 새로운 사업 발굴을 넘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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