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2년 만에 최고…정유 빅4, 힘받는다

입력 2021-09-13 17:18   수정 2021-09-16 00:39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배럴당 5달러를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배럴당 1~3달러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던 정제마진이 최근 한 달 만에 70%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非)정유 부문 이익으로 버텨왔던 국내 ‘빅4’ 정유업체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본업인 정유 부문에서 큰 폭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년 만에 정제마진 5달러 돌파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5.2달러까지 올랐다. 전주 3.8달러 대비 37% 가량 올랐다. 한 달 전(3달러)과 비교하면 68.8% 급등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이다. 아시아 지역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정제마진을 대표적인 수익지표로 활용한다. 통상 아시아 정유사들은 배럴당 4달러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설비 고도화율이 높은 국내 정유사들은 이보다는 손익분기점이 낮다.

통상 정제마진은 국제 유가에 연동되지만 코로나19는 이 공식을 깨뜨렸다. 국제 3대 원유지표는 지난 7월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지만 정제마진은 1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원유 가격은 올랐지만 석유제품 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원유 가격 상승→수요 증가→석유제품 가격 상승→정제마진 개선’이란 공식이 실종된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후행지표인 석유제품 가격을 대폭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지난 8월 말 미국 남부 멕시코만 지역에 초강력 허리케인 아이다가 상륙하면서 미국의 원유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는 추세다. 미국 원유 정제설비의 45%가량은 멕시코만 지역에 있다. 원유 가격과 정제마진이 동시에 상승하는 과거 공식이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등유와 경유 중심으로 재고 감소가 예상돼 정제마진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유 빅4, 하반기 실적도 ‘긍정적’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상반기 5조원이 넘는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냈던 국내 빅4 정유사는 올 상반기 3조89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非)정유 부문 이익이 정유 부문 부진을 만회한 것이다.

국내 정유사는 올 하반기엔 석유화학뿐 아니라 본업인 정유 부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백신 접종 확대로 산업 부문과 항공유 수요 회복 가능성이 점쳐진다. 계절적으로 난방유 수요도 기대된다. 석유제품 수요 상승세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는 뜻이다.

올 3분기 국내 정유업체들의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는 ‘극적 반등’에 성공했던 지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46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5065억원)의 92% 수준이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역시 상반기와 비슷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유사의 올 하반기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정유 부문이 차지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 실적은 올 상반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통상 석유화학제품 수요 가격이 정체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높아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제품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오는데,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나프타 판매 가격도 오른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석유화학과 정유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이익 규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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