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데이터가 의료를 바꾼다고?

입력 2021-09-13 17:39   수정 2021-09-14 00:08

얼마 전 국내 최대 포털 중 한 곳이 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환자 정보를 기록하는 전자의무기록 관련 업체에 투자하며 장기적으로 빅데이터 기반의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의료는 외부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고, 수요탄력성이 낮아 무궁한 가용성을 지닌다. 따라서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다.

미래 의료는 정밀의료와 데이터 기반 의료, P4 의료로 대표된다. 정밀의료는 건강 관련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분석해 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면서 경제적인 의료를 찾으려는 개념이다. 통합된 대량의 빅데이터 분석과 해석을 중시하는 데이터 기반 의료와도 맥을 같이한다. P4 의료는 예측(predictive)과 예방(preventive), 개인 맞춤(personalized), 참여(participatory)로 데이터를 이용한 질병 예측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미래 의료의 핵심 키워드는 데이터다.

그럼 의료 분야에서 이전에는 데이터를 등한시했을까? 의료계만큼 데이터를 많이 생산하고, 이에 의존하는 분야는 드물 것이다. 현대의학의 가장 큰 특징은 객관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평가한 근거에 의존한다.

필자는 외과의사로 30년, 학자로 24년, 병원 경영자로 6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런 경력에서 데이터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외과의사 입장에서 보면 TV 드라마처럼 극적이거나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결정의 순간은 데이터와의 싸움에 가깝다. 환자의 수술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이나 수술을 집도하는 동안, 그리고 회복을 지켜보는 모든 순간마다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 근거 중심의 의학이다. 병원 경영 역시 환자 추이나 질환의 변화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환경을 예측해 불완전한 미래를 대비한다.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 왜 지금에 와서야 데이터가 의료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가 생산하고 관리하며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와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술 발달로 우리는 과거 복잡하거나 방대해서 관리하고 분석하지 못했던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 가치를 미처 몰랐던 데이터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 또한 확장되고 있다.

의료는 건강과 생명이라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다루는 업이지만, 개별 의료행위의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의료행위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의료인들은 항상 더 많은 데이터와 새로운 데이터의 해석에 목말라한다. 그렇다면 데이터가 의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의학과 의료가 데이터의 가치를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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