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서울 송파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천동 진주아파트는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받아 연내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는 신천동 미성·크로바 아파트는 지난달 건축심의를 통과하며 2년 만에 사업을 재개했다. 이들 단지가 예정대로 사업을 마무리지으면 잠실권에만 1만 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가 공급된다. 재건축 걸림돌들이 하나씩 걷히면서 아파트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진주아파트는 2018년 10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2019년 8월 조합원 이주와 철거까지 마쳤다. 이후 2년여 동안 사업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별건축구역 지정’ 때문이었다. 2015년 7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진주아파트는 이듬해 시작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전제로 2017년 사업 인허가를 진행했다. 특별건축구역은 성냥갑 같은 판상형 아파트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건축물로 지어지는 특화계획과 공공임대, 지역 공유시설 등을 제안하면 높이, 용적률 등 건축 규제 일부를 완화해주는 제도다.
조합은 2017년 9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뒤 같은 해 12월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피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위한 변경된 설계안을 요구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반성용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특별건축구역 지정 이후 서울시 방식대로 설계를 진행하다 보니 용적률 등에서 당초 안과 차이가 커 시간이 걸렸다”며 “늦어진 만큼 연내 착공을 목표로 서울시 굴토 및 구조 심의를 서둘러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도 3년 넘게 사업의 발목을 잡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지난달 통과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서울교육청 요구대로 신천초교 부지로 총 1만6000㎡를 공공기여(기부채납)하기로 했다. 대신 준주거지역 내 비주거시설 비율을 기존 35%에서 15%로 낮추고 당초 계획한 호텔 부지에 300여 가구를 추가하는 새 정비계획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합은 지난 11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기존 정비계획안에 담긴 공공기여 비율과 공공청사를 포함한 비주거시설 규모 등을 수정했다. 계획안대로 변경되면 기존 15층 30개 동, 3930가구 규모인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후 당초 6401가구에서 6827가구로 늘어난다.
재건축 사업들이 활기를 띠면서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첫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는 신천동·잠실동 재건축 단지의 상승에 힘입어 한 주 전보다 0.27%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0.21%)보다 0.06%포인트 높았고 강남 4구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지난달 주공5단지에서 신고가 매매가 잇따랐다. 전용면적 81㎡가 지난달 26억9800만원으로 4월보다 2억7700만원 오르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전용 82㎡도 같은 달 28일 29억7800만원에 거래돼 3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잠실동 D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다 사업 지연으로 조용하던 시장 분위기가 교육환경영향평가 통과 전후로 바뀌었다”며 “재건축 기대에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 현상이 맞물려 최근 매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