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리는 왜 고려청자를 아름답다고 느낄까

입력 2021-09-16 18:03   수정 2021-09-17 01:56

한국인에게 고려청자의 색이 아름답다는 건 당연한 상식이다. 학교에서부터 고려청자는 위대한 예술품이며 색이 특히 일품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막상 고려청자의 색이 왜 아름다운지 이유를 대라면 막막해진다. 실제로 보면 청자의 색은 대부분 청색보다 어두운 녹색에 가깝다. 원색이나 채도가 높은 색을 선호하는 인간의 본능을 감안하면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색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고려비색 천하제일’이라는 통념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전통 유물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온 ‘디자인 인문학자’인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는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의 비밀 우리 미술 이야기1·2》에서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고대부터 동아시아에서는 옥을 최고의 보석으로 여겼다. 그러다 보니 모방품을 만들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청자 제작도 그 일환이었다. 고려청자는 옥 특유의 질감과 색을 가장 정확하게 재현했기 때문에 최고의 예술품으로 평가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옥이 침대 재료로 쓰일 정도로 흔해진 오늘날에는 청자의 색이 지니는 가치에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저자는 청자의 진가를 조형적인 아름다움에서 찾는다. 그간 청자의 색에만 주목하는 분위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지만, 청자의 조형미는 현대적인 디자인에도 귀감이 될 만큼 탁월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청자음각연화문병의 디자인은 군더더기가 없지만 심오한 아름다움을 발한다. 우아하게 흐르면서도 안정감 있고 단단한 아래쪽의 곡면, 황금 비례에 맞춰 부드럽고 날렵하게 상승하는 위쪽의 동세가 조화를 이룬 결과다. 청자 매병이 보여 주는 다양한 곡률은 영국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작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대적이다.

이처럼 저자는 교과서에서 접했던 유물들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재해석한 결과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저 ‘아름답다’거나 ‘뛰어난 기술로 만들었다’는 식으로 외웠던 유물의 가치를 다양한 현대의 미술 작품이나 디자인 등과 비교해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청자음각오이넝쿨무늬 주전자와 이탈리아 유명 주방용품 브랜드 알레시의 커피 주전자, 감은사지 동탑과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 등을 비교한 대목이 흥미롭다.

총 다섯 권으로 예정된 시리즈 중 이번에 출간된 두 권은 각각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와 고려시대를 다루고 있다. 풍성한 사진과 삽화, 당시의 생활상과 세계 정세를 망라하는 친절한 해설을 읽다 보면 그간 몰랐던 우리 유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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