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대신 내주고 회수는 20%만…정부, 작년 1250억 손해

입력 2021-09-23 11:23   수정 2021-09-23 11:29



체불임금을 사업주 대신 국가가 지급하는 '체당금'의 재원인 임금채권보장기금이 지난해 사상 최대인 125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체불임금을 준 뒤 사업주로부터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회수율'이 20%에 그친 탓이다. 특히 최근 이뤄진 제도 변경 탓에 추후 체당금 지출 증가와 회수율 하락이 예상돼, 전문가들은 기금의 재정건전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3일 박대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채권보장기금 수지는 -1248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도 308억의 적자를 기록해 2년 연속 적자다. 이 때문에 2015년부터 9000억대를 유지해오던 적립금도 6년만에 앞자리수가 8로 바뀌었다.

지난해 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전년도인 2019년에 체당금 제도를 확대·개편했기 때문이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2019년 6월 소액체당금 상한액을 4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임금체불 건수도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지출이 늘어난 것은 체불 피해자 구제를 위해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회수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 중인 게 더 큰 문제다. 국가가 근로자에게 체당금을 지급한 경우, 체불 사업주에 대한 근로자의 임금 채권을 대신 청구(대위행사)해 변제금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변제금 회수율은 2018년 26.2%, 2019년 24.8%에 이어 지난해 21.1%를 기록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바뀌는 제도로 회수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체불 회사에 계속 남아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도 체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회수율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를 떠난 퇴직 근로자의 임금 채권은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최우선변제대상이다. 사업주가 다른 여러 빚을 지고 있어도, 정부의 채권이 최우선 변제 대상이라 상대적으로 회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재직자의 임금채권은 법적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니다. 정부의 채권이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회수율 하락이 관측되는 배경이다.

지출도 늘어난다. 내달부터는 법원 판결 없이 고용부 장관이 발급한 체불 임금과 체불사업주 확인서만으로 소액체당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지급절차가 간소화됐다. 최근 5년간 체당금 현황에 따르면 임금체불로 체당금 지급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4598억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5796억을 넘겼고, 올해도 8월 기준으로 벌써 3500억을 넘어섰다. 회수율 개선 없이는 기금 수지 악화가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의원은 "하청업체 체불시 직상수급인에게도 변제금 회수인정하는 등 회수율을 높이는 제도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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