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간산업 '흔들'…메가뱅크·최대 전력사 잇따른 사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9-23 15:29   수정 2021-09-23 15:35


일본의 금융과 전력 등 기간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3대 메가뱅크(초대형은행) 가운데 하나인 미즈호은행의 전산시스템이 사상 처음으로 정부의 직접 관리를 받게됐고,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은 원자력 발전소의 테러대비책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사실이 드러나 경영진이 중징계를 받았다.

일본 금융청은 올 들어서만 7차례 시스템 장애를 일으킨 미즈호은행과 지주회사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영개선명령을 23일 내렸다. 또 은행법 26조에 따라 금융청이 미즈호은행의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메가뱅크의 전산시스템이 정부의 직접 관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금융청은 또다른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미즈호은행이 연내 진행하려던 시스템 교체 및 보수작업을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시스템의 처리능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신규 사업과 서비스를 정지시킬 방침이다.

미즈호은행은 올 2월 이후 시스템 장애로 현금지급기(ATM)가 은행카드와 통장을 삼키거나 인터넷뱅킹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7차례나 일어났다. 지난 6월 사카이 다쓰후미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사장과 후지와라 고지 미즈호 은행장은 4개월간 급여의 50%를 반납하기로 했지만 이후에도 시스템 장애가 3차례 더 발생했다. 은행 측은 여전히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청은 미즈호은행의 핵심 시스템 자체에 결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제일권업은행, 후지은행, 일본흥업은행 등 3개 대형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배경 때문이다. 미즈호은행은 2019년 4500억엔(약 4조8274억원)을 들여 통합 전산시스템인 '미노리'를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정보기술(IT) 회사 1곳이 핵심 시스템을 개발하지만 미노리는 후지쓰와 히타치, 일본IBM, NTT 등 일본 대표 IT기업이 대부분 참여했다. 미즈호은행의 전신인 3개 은행들과 거래하던 기업을 모두 참여시킨 결과였다.

미즈호은행 내부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도 몹시 복잡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력이 많지 않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전체 직원의 30%가 IT엔지니어지만 일본 메가뱅크의 IT 전문가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금융청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경우 미즈호은행이 막대한 비용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전력은 니가타현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사진)의 테러대책 조사 보고서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했다. 도쿄전력은 "현장은 정보를 소장과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경영진은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테러 대책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고 자인했다.

도쿄전력은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고바야카와 도모아키 도쿄전력 사장과 담당 임원에 대해 3개월간 급여를 30% 감봉하는 징계를 내렸다. 또 원자력·입지본부장을 해임하고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소장을 직위해제했다. 원자력 부문 총괄본부는 연내 도쿄 본사에서 니가타현 현지로 이전하기로 했다.

올 초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에서는 직원이 다른 직원의 신분증(ID) 카드로 중앙제어실에 부정출입하고, 테러에 대비해 무단침입자를 탐지하는 시설이 부족한 실태가 드러났다. 이 때문에 원자력규제위는 지난 4월 도쿄전력에 사실상 운전금지 명령을 내리고 이날까지 보고서 제출을 명령했다.

원자력규제위는 앞으로 최대 1년간 현장을 조사한 후 원전의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원전을 재가동해 1기당 연간 500억엔의 이익을 내겠다는 도쿄전력의 개획도 틀어지게 됐다. 가시와자키·가리와원전에는 총 7기의 원자로가 있으며 이 가운데 2기가 원자력규제위의 기준을 합격해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쿄전력은 간토지방에 전력과 가스를 공급한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원전의 운영사이기도 하다. 후쿠시마원전 사고처리로 16조엔을 부담해야 한다. 자체 생존 가능성이 불가능해지면서 일본 정부가 1조엔을 투입해 지분 절반을 확보했다.

원전 재가동 계획이 틀어지면서 도쿄전력홀딩스의 주가도 연중 최고가(444엔)보다 30%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1500엔 이상으로 오르면 도쿄전력홀딩스의 지분을 팔아 사고처리 비용을 충당하려던 일본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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