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하이브리드의 미학

입력 2021-09-23 17:38   수정 2021-09-24 00:03

휴일 저녁엔 가끔 치킨이나 피자 등 배달음식을 시켜먹곤 한다. 그런데 요즘 웬만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는 거의 수십 가지가 넘는 메뉴가 있어서 선택의 고민이 만만치 않다. 프라이드와 양념 반반이면 충분했는데, 이젠 다양한 고급 재료가 더해져 이른바 ‘프리미엄’ 치킨이나 피자로 탈바꿈한다. 우리는 더 이상 잘 튀긴 통닭과 담백한 토마토 소스의 피자만으로 충분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새롭고 다양한 것을 찾는 사람의 근본적이고도 자연스러운 욕구는 늘 기업에는 기회였다. 요식업계의 상품 개발 전문가와 마케팅 귀재들이 예전엔 이질적인 재료였으나 새롭게 어울리는 조합으로 신제품을 선보인 것은 그런 기회에 대한 노력과 응답이다. 물론 여전히 ‘치킨이면 치킨답고, 피자면 피자다워야지’라며 기본 메뉴를 찾는 이도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 주변에도 순수주의 취향을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필름 카메라와 음반, 케이블로 연결된 오디오장비(AV)를 고수하는 친구들, 연료로 구동하는 파워트레인 자동차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찾는 이들. 본질에 더해지는 생소한 신기술과 성능이 그들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변화일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치킨과 피자 등은 물론 카메라와 음악 장비, 자동차에 적용돼온 새로운 기술과 작동 방식에는 이미 어떤 것이 본질적인 맛이고 기능이었는지가 분명치 않을 정도로 변화가 이뤄져 왔다. 놀라운 건 우리가 그런 변화에 생각보다 더욱 빠르고 저항감 없이 적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성격이 다른 것이 결합돼 부가가치를 높인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통합적 양식을 ‘하이브리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핵심은 적합한 부문에 필요한 기술과 재능, 그리고 이질적인 특징을 연결 짓는 페어링(pairing)에 대한 상상력과 실행력에 있다고 본다. 하이브리드 결과물은 대개 순수주의자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왔지만 여전히 그 사이클은 진행형이며, 특히 혁신적 기술을 다루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는 곧잘 완전하게 새로운 혁신으로 ‘퀀텀점프(단기간에 비약적인 도약)’하기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조합해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이자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기존의 ‘익숙한 노멀’이냐 혹은 누구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뉴 노멀’이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난 접근 차원에서 말이다.

지난 주말엔 좀 생소했던 트러플 치킨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결국 기본적으로 좋은 품질의 재료가 중요했고, 새로운 소스는 의외로 어울리는 맛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원한 맥주와 이를 함께 즐기는 가족·친구가 있어야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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