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공의결권이야'…사조산업 경영권 다툼에 3%룰 논쟁 재점화하나

입력 2021-09-28 14:57   수정 2021-09-28 15:41


사조산업 소액주주와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공(空)의결권'과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공의결권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을 빌리는 등 주식 소유에 따른 경제적 위험을 지지 않으면서 주총 의결권만 갖는 것을 말한다. 과거 주로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공의결권을 통해 슬그머니 주총 장악력을 높이고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공격했다. 최근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법 개정안의 영향으로 오너일가와 소액주주 간 경영권 분쟁에서도 공의결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14일 열린 사조산업의 임시 주주총회에는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 이후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는 사례가 등장할지가 관심사였다. 이날 임시 주총은 소액주주들이 "오너리스크로 주가가 짓눌려 있다"며 주진우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감사위원 교체 등을 요구하면서 개최됐다.

주총은 주 회장 측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바로 '3%룰'과 이를 우회하는 공의결권 전략이다. 주 회장 측은 3%룰을 피해 표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식을 지인 두 명에게 3%씩 빌려주는 방식으로(대차거래) 지분을 쪼갰다. 주주명부 기준일이 지난 뒤엔 지분을 고스란히 돌려 받았다. 올해부터 시행된 상법 개정안에 따라 감사위원 중 최소 한 명은 분리선출해야 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에는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주 회장은 이 제한을 피해 최대한 우호 지분을 긁어 모으기 위해 공의결권을 동원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과거 외국계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경영권 공격 수단이었던 공의결권이 상법 개정 이후에는 국내 기업 오너일가의 경영권 방어 전술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원론적으로 공의결권은 "주식소유와 의결권의 분리로 주식회사의 지배구조에 심각한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김성호 한밭대 공공행정학과장)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측은 주 회장의 주식 대차거래를 두고 “법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 사례”라고 거세게 반발했었다. 상법 개정 등으로 이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왔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공의결권 행사는 3%룰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헤지펀드의 공의결권 공격력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헤지펀드는 3%룰을 우회할 공의결권 구사 전략이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헤지펀드는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얼마든지 3%씩 지분을 쪼개 보유할 수 있지만 기존 최대주주는 막대한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의결권 행사를 법으로 막는 것도 힘들다.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맥쿼리자산운용이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의 대차거래를 통한 의결권 확보는 위법하다'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의결권은 주식으로부터 파생되는 권리로서 주식이 지니는 재산적 가치 중 일부"라며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행사할지는 기본적으로 주주의 자유"라고 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공의결권 행사 자체를 규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주주 권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경영권 보호 장치를 마련하려면 3%룰을 완화하거나 합병 같은 특정 안건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주식을 소유한 경우에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국도 공의결권 문제를 두고 고심 중이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2019년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통해 "의결권 행사 기준일을 현행 주총 전 90일 이내의 날에서 6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주식 소유와 의결권 행사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상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상장사들의 실무적 부담이 있는 데다가 주주명부 기준일과 주총일 간 간격을 줄인다 해도 의도적인 공의결권 행사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어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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