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벌어지는 유통업…플랫폼 경제 구조화가 핵심[한신평의 Credit Insight]

입력 2021-09-30 05:50   수정 2021-09-30 10:04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특히, 이른바 빅테크 기업이나 메가플랫폼 기업들의 이종사업 확장세로 인해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적 기업은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거센 물결의 흐름에서 뒤처질세라,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고, 새로운 온라인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때로는 인수·합병을 통해 온라인 사업기반을 확보하고자 적극적인 투자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초기 수익모델은 핵심 서비스를 활용한 광고, 컨텐츠, 게임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고객기반을 발판으로 유통, 모빌리티, 금융, 구독서비스 등 오프라인에서 소비자 접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특히 유통산업에선 이미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오프라인 기업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 유통강자 역시 대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 강화를 통해 유통 대기업을 보호할 명분도 별로 없어 보인다. 게다가 ‘마켓컬리’ ‘당근마켓’ ‘무신사’ 등 유통분야에서 만만치 않은 신생 플랫폼들도 계속해서 부상하면서 무한경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유통시장 내 온라인 플랫폼과 기존 유통 강자와 경쟁 과정의 대응과 귀결은 오프라인에 기반하는 여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과 리테일(소매)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온라인 플랫폼의 공세: 편리함, 고객유인(Lock-in), 선점효과

오프라인 유통3사는 강력한 시장지위와 브랜드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적극적인 배송망 구축을 통한 배송시간 단축과 편리한 결제시스템 구축,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고도화된 마케팅, 무료 배송과 저렴한 가격을 통해 유통시장 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을 선호했던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 쇼핑을 경험함으로써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선발 온라인플랫폼 업체의 고객 유입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IPO, 투자유치를 통한 자본확충: 손실 기록 중이나 도약할 수 있는 실탄 확보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플랫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초기에는 상당기간 손실발생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원활한 기업공개(IPO)나 투자유치로 인해 적극적인 사업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의 대응: 자체 온라인 채널 구축과 통합

오프라인 업체들도 온라인 채널을 다시 구축하고 기존 각 업태별로 분산된 온라인 채널을 통합하는 등 나름의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발빠르게 구축한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차별성이나 편리성 측면에서 따라잡기 어렵거나, 이미 익숙한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 습관을 바꾸기에 부족한 점으로 인해 아직까지 오프라인 업체가 구축한 온라인 채널의 점유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가격파괴, 배송경쟁에 합류

온라인 업체간 경쟁에 오프라인 업체도 합류하면서 온라인플랫폼 상에서 최저가 경쟁, 배송비 무료 등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선발 온라인 쇼핑 플랫폼 사업자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이들은 이로 인해 현재의 경쟁구도가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의문을 품고 있기도 하기에, 온라인 플랫폼의 수익구조 안정화 여부와 시점도 중요한 관찰 대상이 될 것이다.

온라인플랫폼과의 제휴와 M&A

자체 온라인 플랫폼 구축 이외에도 대형 온라인 플랫폼과의 사업 제휴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배달앱 등과 기존 유통업체나 물류업체, 제조사의 제휴가 증가하고 있다. 이미 막강해진 플랫폼과의 안정적 사업 제휴도 채널 다각화 측면에서 어쩌면 필수적인 선택일 지 모른다.

여기에 자체 영업확장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업체들은 과감하게 온라인 유통채널을 인수함으로써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간과 고객을 사온 경우라면, 인수한 온라인 채널과 기존 채널과의 통합 정책, 온라인 플랫폼의 핵심적인 기술경쟁력 및 고객 유지가 인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여진다.

소멸될 수 없는 아날로그의 가치: 체험형 매장 확대

온라인 세계의 확장 추세를 거스를 수 없겠지만 온라인에서 채울 수 없는 실생활에서의 쇼핑 경험이 소멸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기존 오프라인의 쇼핑 콘셉트를 탈바꿈하려는 노력, 즉 보고, 먹고, 찍을 것이 있는 체감형 쇼핑 공간을 통해 온라인 세대를 끌어올 수 있는 오프라인 쇼핑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매장 형태의 진화를 통해 집객 및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파괴적 혁신과 재무여력 확보로 적극적 대응 필요

변화의 시기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기존 조직과 채널에 대한 파괴적 혁신이 요구되고, 몸집을 가볍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빙하기에 공룡이 멸종된 것처럼, 패러다임이 변화할 때, 몸집이 큰 종은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생존에 성공하더라도 거센 변화의 물줄기를 거슬러 가다 보면 체력이 소진될 수 밖에 없다. 이에 고통스럽더라도 몸집을 가볍게 하고, 물살을 타고 가려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중 저수익 점포를 재빨리 정리하고,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여 이를 재원으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본력을 확충하는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과거에는 주로 매장 매각을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 즉 자금조달의 일환으로 행했다면, 최근 빈번해진 매장철수와 부동산 매각을 동시에 처리하는 점포 구조조정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비단 유통업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여타 B2C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유통업체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본업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미 대규모 플랫폼 업체들은 다른 업종에도 진출할 플랫폼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 업체의 무서운 점은 기존의 기술 기반의 성공 방정식을 활용해 이종 업종에도 쉽게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쿠팡의 배달 플랫폼 진출과 점유율 상승속도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최근 국내외 규제 당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가 가시화되고 있어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무한확장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르겠으나, 기존 시장이 대기업으로 이루어진 유통, 금융, 미디어 컨텐츠 등은 보호 명분도 약하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거센 도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오프라인 B2C업체들은 단순히 따라하는 방식으로 온라인플랫폼을 만들기보다는 선발 온라인 플랫폼과의 적극적인 제휴나, 깊이있는 사업모델과 거래 단위의 분석을 통한 디지털화를 통해 차별화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어찌보면 쉬워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부분으로 보여지며, 창의적 아이디어와 보이지 않는 기술 경쟁력의 연계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매우 현명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규제로 선발업체의 확장에 제약이 수반될 수도 있기에, 오프라인 후발주자 관점에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새판짜기를 항상 염두에 두고 과감한 전략과 치밀한 실행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물론 이러한 과감하고 치밀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몸집을 가볍게 가져가는 동시에 기초체력, 즉 튼튼한 재무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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