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미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서 가장 부각된 경제적 우려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63%는 식품과 소비재의 물가 상승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까 봐 우려된다고 답변한 비율은 29%에 그쳤다.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아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 증가 효과를 상쇄하고 있어서다. 미 노동부는 기업들이 1982년 이후 가장 큰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미 중앙은행(Fed)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내년에는 Fed 목표치에 근접한 2% 내외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왜곡에서 벗어나면 높은 인플레이션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 전반에 걸친 구인 수요도 기록적이다. 코로나19 기간에 60세 이상의 많은 근로자가 조기 퇴직을 결심했다. 이들 대부분은 고용시장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운송과 물류 부문에서 많은 근로자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이런 수요를 충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노동력 증가에 필수적인 이민자 유입도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부족 사태도 심각하다. 대부분 자동차 제조업체는 감산을 발표했다. 신차 품귀 현상으로 자동차 가격은 치솟고 있다. 세계 반도체산업은 중국과 대만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반면 새로운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최근 수십 년간 기업들은 부품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재고량을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강해진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세계적 무역 갈등은 이 같은 전략을 재고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코스트코와 페덱스 등은 시장점유율을 잃지 않으면서 상승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 박사가 아니더라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으면 그 결과가 인플레이션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구조적 변화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판명될 경우 미국인들은 상품의 높은 가격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hat if Inflation Is Here to Sta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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