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명의 '천화동인 1호'의 투자 수익은 유동규 몫"

입력 2021-09-30 17:43   수정 2021-10-01 00:53


국민의힘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해 1000억원대 배당을 챙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아니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라는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체 부동산 투자 수익을 위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인 셈이다. 유 전 본부장은 현재 여권의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제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7000억원 수익 배분 놓고 내분
30일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태스크포스(TF) 등에 따르면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그 계열사인 천화동인 1~7호가 거둔 대장동 투자 수익의 일부가 유 전 본부장에게로 흘러간 정황의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유 전 본부장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TF 소속 복수의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내부자들이 천화동인 1호의 수익은 사실상 ‘유동규 몫’이라고 제보했다”며 “계약서 조항에 없는 이런 수익 배분을 두고 내부 인사 간 마찰이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천화동인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의 7개 관계사 중 하나다. 천화동인 1호는 지난 3년 동안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 전 부국장은 천화동인 1호도 소유하고 있다. 천화동인 2, 3호도 김 전 부국장의 부인과 누나 등 가족이 투자했다. 검찰은 천화동인 1호뿐 아니라 2~7호 중 일부도 차명 소유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는 지난 29일 검찰에 이 같은 혐의를 뒷받침하는 녹취록과 관련 증거 사진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모델을 짠 핵심 브레인이다. 국민의힘 TF 한 관계자는 “검찰의 편파 수사 가능성을 의식해서인지 우리 당에도 관련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성남시는 2015년 공영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 화천대유와 그 계열사인 천화동인 1~7호 등으로 구성된 ‘성남의뜰’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권을 줬다. 하지만 성남의뜰 지분 7%를 보유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최소 7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유 전 본부장이 실제 수익 일부를 챙기거나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가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구조를 짜면서 민간기업에 특혜를 준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검찰 출신인 한 법무법인 대표는 “혐의가 사실이면 유 전 본부장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유동규, 혐의 전면 부인
복잡한 부동산 PF 사업의 수익구조가 외부로 드러난 것은 수익 배분을 놓고 내부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 전 부국장이 투자 수익의 일부는 나눠야 한다며 정영학 회계사 등 동업자들을 설득했다”며 “하지만 동업자들은 ‘계약서에 없는 다른 사람 핑계를 대면서 수익을 가져간다’는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유 전 본부장의 범죄 혐의가 밝혀질 경우 이 지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 참모 등을 지냈다. 이윤희 성남시정감시연대 대표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이 지사의 심복 중 심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측근을 만들고 있다”며 측근설을 부인했다.

이날 경기 용인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상한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당시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수사관에게 다 설명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언론을 통해 1일 검찰에 출석해 모든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좌동욱/최한종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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