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0.75% '동결'…불안한 대외여건에 '숨 고르기'

입력 2021-10-12 09:51   수정 2021-10-12 10:29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10월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확산이 지속되는 데다 중국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 8월 2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인상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7월7일부터 줄곧 네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347명이지만, 한글날 연휴로 검사건수가 줄어든 영향이다. 연휴 기간 이동량이 늘면서 확진자가 대폭 증가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난주 개천절 연휴가 지난 평일엔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2000명대를 기록했다.

최근 대외 악재로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30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 6일 2908.31로 마감하며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외국인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국내 주식 1조원 이상을 팔아치운 여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3거래일 연속 1190원대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90원대를 넘은 것은 지난해 8월4일(종가 1194.1원)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코로나19 4차 확산이 이어지면서 경제 지표도 부진한 상황이다. 8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3개월 만에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8(2015년=100)로 전월대비 0.2% 줄었다. 올해 4월(-1.3%), 5월(-0.2%) 연속 감소한 후 6월 1.6%로 반등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된 7월(-0.6%)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8월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0.8%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름 휴가 특수가 사라지면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줄어든 여파다. 8월 설비투자는 5.1% 감소하면서 지난해 5월(-5.7%)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또 이주열 총재도 그간 점진적 인상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가겠다"고 밝혔다. '점진적'이라는 표현의 의미에 대해서는 "서두르지도 않겠지만 지체해서도 안 되겠다는 게 기본적 생각"이라며 "추가 조정의 시기의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바뀌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미 중앙은행(Fed)의 정책과 함께 금융불균형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보고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 금리인상 가능성…정부의 가계대출 추가 규제와 공조할 듯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가계대출 억제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8월 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본 뒤 11월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6월말 가계부채는 180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여전히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8878억원으로 8월 말보다 4조729억원 증가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주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시선이 강한 박기영 신임 금통위원 임명과 함께 여전히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11월 추가 인상을 예고하는 차원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간담회를 통해서도 매파적인 시각을 계속 고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한은 내부에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서영경 금통위원도 지난달 말 한 세미나에서 "8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자금 조달 금리가 여전히 낮은데다 전세와 주택 공급 물량 부족 등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기대 심리가 가세한데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순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발표할 것으로 예고한 만큼, 한은도 금리 인상을 통해 정부와 공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보완대책으로 DSR(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일정을 앞당기는 동시에 고(高) DSR 대출 비중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DSR은 연간 총부채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이 포함된다. 개인별 DSR 40% 규제 적용 대상은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할 때도 적용된다. 이를 앞당기는 방안이 유력한 동시에 은행권의 고 DSR 대출 허용 비율을 낮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DSR대출은 개인별 DSR 비율이 70%와 90%를 초과한 대출로, 은행 유형에 따라 DSR 70% 초과 비중은 신규 대출 취급액의 5∼15%, DSR 90% 초과 비중은 3∼10%로 관리되고 있다. 고DSR 대출 허용 비율을 낮출 경우,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와 고액채무자에겐 추가 대출이 차단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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