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번아웃을 겪고 있으시다면…[스타트업 5년 차의 생존일지]

입력 2021-10-13 11:25   수정 2021-10-13 11:26

[한경잡앤조이=심민경 그립컴퍼니 매니저] 직장인이면 누구나 겪는다는 ‘번아웃’. 첫 직장에서 번아웃을 겪고, 다시는 스타트업에 가지 않겠다는 결심까지 했으니 말이다. 첫 직장이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회사에 있으니 잘하고 싶은 의욕이 마구 앞섰다. 그래서 망가진 몸과 마음을 정돈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며, 개인의 삶과 회사에서의 삶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정말 이게 내가 꿈꾸던 직장 생활이 맞는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와 개인의 삶 모두 열심히 살고 싶은데, 이 밸런스가 무너질까 봐 도전을 핑계 삼아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가령 첼로를 배우다가 그만둔 것, 일본어, 중국어 학원에 등록하고 한 달을 넘기지 못한 것, 크로스핏과 수영을 배워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중도이탈하게 된 것, 회사 생활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일종의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여가활동은 단 하나도 없다니! 사실 이에 대한 답을 나는 너무 잘 안다. 시간을 현명하게 쓰지 못했고, 체력은 부족했으니까. 무엇보다도 개인의 삶에서도 이런 여가 생활이 전혀 재미있지 않았고, 직장 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가장 컸다.



‘굳이 일과 삶을 나눠야 할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기 시작했고, 회사 생활에서부터 엄청난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나의 성향을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그냥 이 둘을 분리하지 말고, 일과 삶의 연결고리를 만들자는 결심이 생겼다. 어차피 나누지 못할 거면, 일에서의 몰입이 개인의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게끔 잘 설계하고 싶었다. 그래서 푹 빠지게 된 취미가 요가와 독서. 요가는 체력증진과 정신수양을 위해 시작했고, 독서는 워낙 좋아하긴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고 싶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 두 여가생활이 평일 저녁, 주말 시간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줬다.

여가 생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솔직히 퇴근 후에도 회사 일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고, 요즘에도 자기 전까지도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뇌리에 남곤 한다. 과연 이 고리들을 내가 억지로 끊는다고 해서 끊어낼 수 있을까. 반대로 이렇게 걱정만 한들 바로 해결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의 일이 어차피 문제의 연속이고,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문제를 그냥 바로 보는 것이다.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분별하는 작업 말이다.

퇴근 후에 떠오르는 고민은 대부분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뿐이다. 바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는 것, 그게 ‘번아웃’ 이라고 생각한다. ‘워라밸’을 위해 뭐라도 더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노력해보려고 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서는 지레 걱정하지 않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충실하고, 집중하는 연습. 계속 연습하다 보면 직장에서의 삶과 개인의 삶 모두 주체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심민경 씨는 어쩌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어 스타트업 문화에 빠진 5년차 직장인. 현재 라이브커머스 회사 그립컴퍼니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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