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가격 12년 만에 최고…주문 골라 받는 조선 빅3

입력 2021-10-13 17:17   수정 2021-10-14 01:44

강화되는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한 선사들의 친환경 선박 발주가 본격화되면서 새로 배를 건조하는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미 2년치 일감을 확보한 한국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섰다.

13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50.0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 지수는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평균 지수화한 지표다. 신조선가 지수가 150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조선 호황기였던 2009년 7월 이후 12년 만이다. 올 들어 클락슨 지수는 19% 상승했다.

신조선가 상승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인한 친환경 선박 교체 본격화 등 수요 측 요인과 오랜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도크 부족 등 공급 측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선박 발주는 3754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다. 지난해 21.3%였던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 비중은 1년 만에 32%로 높아졌다. 클락슨은 이 수치가 2030년 59%, 2050년 1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은 제한적이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발주에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조선소들의 도크는 이미 가득 찬 상황이다. 빅3는 이미 2024년 상반기까지 거의 모든 도크의 건조 물량을 확보한 상황에서 ‘제값 받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 수주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28%로 8월까지 평균 42%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다. 업계는 한국 조선소들이 안정된 물량 확보를 바탕으로 선별 수주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한국 조선사들이 9월 수주한 선박의 척당 단가는 1억7000만달러로 중국(6000만달러)에 비해 3배가량 높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는 오르고 도크는 부족해지면서 최근 선사들 사이에선 미리 건조공간(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라며 “제대로 된 가격이 아니면 수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도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빅3는 올해 상반기 후판 등 강재 가격 상승분을 선반영하며 3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악재를 미리 반영한 상황에서 선가 상승이 절실히 필요한 빅3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관련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발주도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더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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