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벽' 아우성에…4분기 전세대출 '총량 규제'서 뺀다

입력 2021-10-14 17:36   수정 2021-10-22 18:59

“가계부채 저승사자가 한쪽 눈을 질끈 감았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4일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전세·집단대출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스스로 “가계부채 저승사자란 별명을 받아들이겠다”며 강력한 대출 규제 드라이브를 걸었던 고 위원장이지만 전세대출조차 받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불안해하는 실수요자들의 원성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고 위원장의 쉽지 않은 결정에 화답하는 공개 발언을 내놓는 등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실수요자 배려를 강화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마련해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전세·집단대출은 총량 규제에서 제외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맞추겠다는 총량 관리 목표를 세우고 하반기 들어 은행 등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창구 지도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632조원으로 올해 증가율 6%대로 묶으려면 114조2000억원 정도만 늘릴 수 있다. 지난 9월 말까지 증가액(95조3000억원)을 고려하면 10~12월 남은 한도가 18조9000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금융권은 이런 추세에서 총량 관리 기조에 변함이 없으면 연쇄 대출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은행은 8월 24일 이후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농협 등 상호금융회사들과 수협중앙회도 이달부터 모든 조합원·비조합원 대상 신규 가계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했으며 이달 초 출범한 토스뱅크도 5000억원 대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사전신청 대상자들이 아직 계좌 개설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곳곳에서 대출이 막히는 바람에 아파트 중도금·잔금이나 전셋값 등을 마련할 수 없어 계약금까지 떼이는 사례가 속출했다. 정부를 향한 실수요자들의 원성은 커져만 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등 실수요 대출을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면 6%대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가피론’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이달 6일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뒤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달 말부터 도미노식 대출 중단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문 대통령까지 나서서 실수요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고 위원장도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선 전세대출 자금으로 5억원까지는 무리 없이 빌릴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전세대출 한도는 임차보증금의 80% 내에서 최대 5억원이다. 민간 보증보험사인 SGI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 대출의 경우다. 주택금융공사는 보증금의 80% 이내에서 2억2200만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보증금의 90% 범위에서 4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주담대·신용대출은 억제 기조 유지
금융위는 이달 예정된 가계부채 추가 대책 발표를 앞두고 이날 오후 은행권 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대한 애로사항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은행별로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실수요자 현황을 점검하면서 실수요자를 걸러낼 방안 등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대출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핀셋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집단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억제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올해 두 자릿수 가계부채 증가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호기/김대훈/박진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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